삼성전자 ASML 지분 전량 처분, 투자 11년 만에 5조4천억 8배 수익 거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2년 6월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왼쪽) 등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21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2023년 4분기 보유하고 있는 ASML 지분 0.4%(158만407주)를 모두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ASML 주식 354만7715주를 매각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16만9665주를 처분했고, 이번에 완전히 지분을 청산한 것이다.

회사는 ASML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2012년 지분 3.0%(1259만5575주)를 약 7천억 원에 매입했다. 그 뒤 투자 4년차인 2016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지분 절반을 매각했다.

ASML은 DUV(심자외선), EUV(극자외선) 등 반도체 제조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이다.

ASML은 한 대에 3천억 원이 넘는 극자외선 장비를 한해에 40~50대 정도 생산하는데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생산기업들은 한정된 장비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 ‘슈퍼 을’로도 불린다.

회사가 공시한 ASML 장부금액(시장 가치) 기준으로 보면, ASML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전자가 얻은 금액은 총 6조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7천 억원을 투자해 5조4천억 원을 벌었으니, 투자금의 약 8배를 수익으로 거둬들인 것이다.

ASML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은 반도체 설비투자 재원이나 인수합병(M&A)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4 현장에서 “지정학적 이슈와 경기 악화로 인수합병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지만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