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수출 활성화 정책에 BYD 앞장, 저가 신모델로 글로벌 경쟁사 위협

▲ 2월8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 인근 타이창 항구에서 BYD의 수출용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 1위 자를 두고 테슬라와 경쟁하는 BYD(비야디)가 올해 생산량을 크게 늘려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BYD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수출 지원책까지 등에 업고 저가 신모델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저가 공세에 미국 대표 완성차기업인 포드조차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정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BYD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BYD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면서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는 BYD가 2023년 연말 기준 연간 400만 대의 친환경차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3년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인 302만4417대보다 1백만 대 가량 생산 능력을 늘린 것이다. 친환경차는 순수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더한 개념이다.

작년 BYD의 순수전기차(BEV) 판매 비율은 52.4%였다. 이를 단순 대입하면 중국에서만 209만6천여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왕촨푸(王传福) BYD 창업자 겸 회장은 18일 광둥성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현장에서 “중국에서 새로 출시되는 전체 차량 가운데 절반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YD는 2천만 원 초반의 저가 차량을 곧 출시하며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는 BYD가 20일 시작가가 10만9800위안(약 2037만 원)인 전기차 2종을 새로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경쟁업체 테슬라의 주력 차량인 모델3보다 2400만 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BYD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 당국의 수출 촉진 정책과 맞물려 세계 시장에서 판매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해외 업체들과 연구, 물류 및 공급망 제휴를 위해 접촉을 늘리면서 자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을 장려한다. 금융기관들에서도 자동차 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목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중국 전기차 수출 활성화 정책에 BYD 앞장, 저가 신모델로 글로벌 경쟁사 위협

▲ BYD는 저가형 전기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출시될 BYD의 전기차 '친(Qin, 秦)' 모델의 참고용 이미지를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갈무리. < BYD >

이러한 지원책은 상위 업체인 BYD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전기차 후발 기업들이 극심한 가격 경쟁에 내몰려 생산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파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인 하이파이(HiPhi)가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생산을 멈추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사례가 있다. 

유망주로 주목받던 웨이마(WM)를 비롯해 아이웨이즈나 헝치자동차 같은 업체들은 이미 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상위 업체인 BYD를 중심으로 정부 수혜가 몰리면 BYD 수출이 더욱 늘 수 있다. 

자산운용사 CMB 인터내셔널의 자동차 전문 분석가 지 쓰(Ji Shi)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중국은 올해 40만 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목표가 현실화되면 수출량이 2023년보다 64.7% 증가하는 셈이다. 

반면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서구 전기차 기업들은 전기차로 전환 속도가 늦고 생산 비용 측면에서 중국에게 경쟁력이 뒤쳐지며 중저가 모델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중국의 수출 증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전기차 전략을 수정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짐 팔리 포드 CEO는 15일자 로이터 보도를 통해 ”중국과 지금 상태로 경쟁하면 (전기차 부문 손실로) 매출에 30%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롭고 저렴한 전기차를 개발해야 한다, 이 차량으로 12개월 안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전기) 차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차 출시 여부를 다시 고려할 정도로 중국과 경쟁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포드는 BYD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량을 개발하는 전담 팀까지 꾸려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의 대표 모델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는 시작가격이 4만2995달러(약 5738만 원)로 BYD 신제품보다 3배가량 비싸다.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소비자로서는 BYD 차량을 선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BYD는 최근 차량 7천 대를 실어 수출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 운항을 시작했다. 물류 측면에서도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며 수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또한 유럽 헝가리와 남미 브라질 그리고 동남아 태국으로 생산 거점을 넓히고 있어 포드와 같은 글로벌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미국에서는 계속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