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모듈러 동맹’ 확대로 성과 모색, 오세철 중동에서 물꼬 튼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시장 새 먹거리로 모듈러건축분야 육성에 잰걸음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새 먹거리사업으로 해외 모듈러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외 모듈러기술 선두기업들과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력 해외시장 발주처와 모듈러사업 관련 협약을 맺으면서 글로벌시장 진출 채비에 고삐를 죄고 있다.
 
15일 포르타프로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르타프로는 최근 세계 각 지역에 모듈러건축사업을 위한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내용을 포함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포르타프로는 라트비아의 모듈러건축 전문 건설사로 고층의 대규모 모듈식 건물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스웨덴의 4성급 호텔 확장공사부터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등에서 모듈식 아파트와 학교, 호텔, 병원건물 등을 지었고 현재 라트비아 엘가바와 벤츠필스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포르타프로는 유럽 모듈러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모듈러건축이 확장되는 추세에 대응해 함께 모듈러사업을 확대하자는 공통의 목적으로 이번 협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모듈러 동맹’ 확대로 성과 모색, 오세철 중동에서 물꼬 튼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업무협약을 맺은 라트비아 모듈러건축 전문 건설사 포르타프로가 모듈을 설계, 제작, 납품한 노르웨이 트론헤임 7층 높이 아파트 모듈 조립 현장. <포르타프로 홈페이지>

오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에는 그동안 추진해온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올해가 이번 임기의 마지막 해인 만큼 앞서 2년 동안 열심히 씨를 뿌린 신사업부문에서 가시화된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모듈러건축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모듈러건축시장이 더 활성화돼 있는 데다 삼성물산 사업 기반이 탄탄한 중동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서 모듈러주택 일감 발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을 비롯해 한국 건설사들과 정부까지 적극적 수주활동에 나선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도 친환경 신도시 더라인에 들어설 주택 건설에 모듈러공법을 도입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이미 네옴시티 공사현장 관련 인력이 거주하기 위한 주거단지를 철강 모듈러공법으로 건설하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은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우디 국부펀드와 모듈러사업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양해각서는 모듈러사업 전반의 기술적 협업, 조달방안에 관한 연구 등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물산이 네옴시티 터널공사로 프로젝트 관련 공사를 이미 수주한 경험이 있는 데다 사우디 건설 프로젝트 발주처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모듈러사업 협업도 실질적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 사장은 14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하고 있는데 이번 출장에서 모듈러사업 기회를 탐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모듈러주택 프로젝트 입찰을 검토하며 시장조사를 진행했던 지역이다.

삼성물산도 모듈러건축분야에서 특히 고층 모듈러 전문기업들과 협업을 늘리면서 수주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모듈러 동맹’ 확대로 성과 모색, 오세철 중동에서 물꼬 튼다

▲  2020년 영국 크로이던에 완공된 모듈러 공법의 건축물 '101 조지 스트리트 타워'.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소식지>

삼성물산은 자회사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앞서 2022년 10월 영국 모듈러건축 설계기업 HTA와 기술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HTA는 영국 크로이던에 135.6m, 44층 높이 철골 모듈러 주거시설인 ‘101 조지 스트리트 타워’를 설계한 기업으로 초고층 철골 모듈러분야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손잡은 라트비아 모듈러건축 건설사 포르타프로도 고층의 대규모 모듈러 건설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은 고층 모듈러건축분야 설계와 시공 양쪽에 든든한 ‘동맹’을 확보한 셈이다.

모듈러건축은 오 사장이 건축부문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대표적 사업이다. 

오 사장은 지난해 모듈러주택팀을 건축본부 아래로 재배치하고 아랍에미리트 모듈러주택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중동 모듈러시장 시장 조사도 진행하면서 사업성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2022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모듈러시장 선발주자로 국내와 해외에서 준공실적을 쌓아 온 포스코건설, 포스코A&C 등 포스코그룹과 전략적 협업 등으로 실질적 경쟁력 확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자회사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도 준공하면서 모듈러건축분야 첫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
 
삼성물산 ‘모듈러 동맹’ 확대로 성과 모색, 오세철 중동에서 물꼬 튼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자회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 컨소시엄이 경기 고양시에 건설한 모듈러건축물인 스마트건설지원센터 2센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원 안에 위치한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는 모듈러공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한 건축물로 연면적 1817㎡,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는 3m x 6m 기본모듈을 포함 3가지 형태로 구한 3차원 박스형 모듈러 69개가 들어갔다. 모듈러 전용공장에서 3개월 동안 모듈을 제작하고 약 2주 동안 모듈의 운송과 설치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착공 뒤 약 10개월 만에 완공됐다.

해외건설협회의 ‘2023년 세계건설시장 전망 및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산업은 탈현장(off-site)·모듈러건축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텍사스대 건설산업연구소(CII)에 따르면 모듈러건축을 포함한 글로벌 탈현장건설(OSC, Off-Site Construction) 시장은 한 해 평균 성장률이 9%를 보이며 2027년에는 1414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모듈러공법은 공장식 대량생산 개념을 건설산업에 도입한 건축공법이다. 

구조체 설비, 전기, 소방, 통신, 실내외 마감 등 건설공정의 최대 80%까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 설치 등 최소한의 공정만 하는 방식으로 기존 철근콘크리트, 철골조 공법과 비교해 공사기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량 생산방식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한 데다 표준화, 규격화된 모듈 생산으로 자재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