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임원 세대교체, 송재혁 초격차 유지 전략 짠다

▲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반도체 불황을 극복하고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를 정은승 사장(1960년생)에서 송재혁 사장(1967년생)으로 교체하고 30~40대 젊은 임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초격차(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송 사장을 비롯한 젊은 기술 임원들을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확보와 로드맵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송 사장은 올해 6월 반도체연구소장에 선임된 뒤 6개월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꼽힌다.

송 사장은 D램과 메모리 공정 개발에서 양산에 이르는 반도체 전체 과정에 기술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기술의 초격차 유지 과제와 관련해 송 사장은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올해 7월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고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술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장기 기억저장장치다. 저장단위인 셀(소자)을 많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저장공간을 만들 수 있어 반도체 기업들은 적층단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 사장은 카이스트(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반도체공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메모리 차세대연구2팀,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장 등을 거치면서 삼성전자의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그런 만큼 송 사장은 경쟁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구체적 전략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도 삼성전자가 앞으로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공정 전환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송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3나노 첨단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어렵사리 잡은 기술적 우위를 굳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송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성과를 낼 적임자로 내부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송 사장이 주로 메모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반도체 공학 전문가여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결함과 관련해 논란을 겪은 뒤 구원투수로서 반도체연구소장에 오른 점이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올해 양산하면서 TSMC보다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고객사인 퀄컴으로부터 반도체 주문물량을 일부 되찾아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3에 전량 탑재되는 퀄컴의 최신 플래그십 AP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의 성능개선 물량 가운데 일부의 위탁생산을 맡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수율 문제 등으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TSMC로 물량을 전부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은 최대 고심거리였던 4·5나노 공정 수율(양품 비율) 안정과 3나노 공정 시장 선점을 발판 삼아 고객사 확보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송 사장은 이와 같은 과제들을 삼선전자가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젊은 임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불확실한 반도체 업황을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을 갖춘 젊은 임원들을 과감하게 전진배치했다.

DS부문 메밀사업부 플래시 PA1팀 이병일 상무나 DS 시스템LSI 사업부 모뎀개발팀장 이정원 부사장 모두 30~40대 젊은 인물들이다.

삼성전자는 세대교체가 중심이 된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극복함과 동시에 경영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이번 인사를 진행했다”며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중심의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