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주회사 SK에서 굵직굵직한 바이오사업 투자를 이끌어온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SK바이오팜 CEO를 맡는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신약개발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투자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해 SK바이오팜의 외연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 글로벌 인수합병 시동 거나, 투자전문가 이동훈 시선 어디로

▲ 이동훈 신임 SK바이오팜 사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SK바이오팜의 성장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일 이동훈 사장은 SK바이오팜 CEO로 선임되면서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 신사업 발굴과 혁신을 통해 확장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K에서 해왔던 것처럼 경쟁력 있는 투자처를 발굴해 SK바이오팜의 품에 안김으로써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SK 산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SK팜테코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이다. 2021년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기업 이포스케시 인수를 주도했고 올해 초에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기업 CBM에 대한 투자를 성사시켰다. CBM 투자 규모만 3억5천만 달러였다.

이 사장의 투자로 덩치를 대폭 키운 SK팜테코는 2021년 매출 7억4천만 달러를 기록해 2017년보다 약 7.5배 성장했다. 현재는 2025년 매출 20억 달러를 목표로 삼고 생산 기반을 늘리는 중이다. 기업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에서 이 사장은 상업적 가치가 충분한 후보물질 및 벤처기업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등을 상용화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나 아직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발한 신약을 시장에 정착시키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인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중심으로 차세대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한편 디지털 치료제사업을 새로 육성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업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성장 과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후보물질 등 외부 역량을 도입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장세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과 같이 상업화 물질을 보유해 크게 성장하는 단계의 초입에 있는 기업들은 빠른 속도의 가치 상승을 위해 비유기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며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후속 제품 확보는 필수적이다”고 진단했다.

제약바이오가 주력사업으로 자리잡길 원하는 SK그룹 차원에서도 SK바이오팜의 투자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는 5월 SK바이오팜과 함께 미국 디지털 치료제기업 칼라헬스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할 일은 새로운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SK바이오팜의 본업인 신약개발을 차질없이 수행해야 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드', 조현병 치료제 'SKL20540', 집중력 장애 치료제 'SKL13865', 조울증 치료제 'SKL-PSY' 등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를 선보이는 동시에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투자처를 확보하는 중책이 이 사장에게 주어진 셈이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인사는 글로벌 신사업 개발 및 투자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다”며 “이 사장은 SK 바이오투자센터장 경험을 통해 그룹 관점의 전략방향을 제시하고 관계사 사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68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KPMG 투자자문 전무,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동아에스티 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초 SK에 영입돼 바이오투자센터장으로 일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