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가 중국 못지않게 미국의 동맹국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 아시아타임스는 30일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및 반도체 수출 통제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줄 수 있다”며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과 관련해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그 뒤에는 중국에 첨단장비를 반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언론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동맹국들의 환멸 불러일으켜"

▲ 일본 아시아타임스는 30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가 한국, 대만 등 미국의 동맹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전국(BIS)은 2022년 10월7일 슈퍼컴퓨터용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중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하는 것에 제한이 생겼다. 엔비디아와 AMD는 새로운 규제에 대응해 중국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또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는 1년 동안 미국 허가 없이 중국 내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는 장비 반입에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여전히 위험요인이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자사 낸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우시 D램 공장과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TSMC도 현재 중국 난징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있는 반도체 장비를 한국으로 매각하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마지못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칩4 동맹을 구축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만으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억제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대응해 반도체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또 미국의 제재가 한국 등 동맹국의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칩4는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칩4를 통해 강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주요 동맹국에게 구체적 조건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상무부가 여전히 대부분의 미국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승인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와 장비 수출만 통제하는 것은 동맹국들의 환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