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한파에 에너지 부족 이중고, 한국기업 투자에 전력난 리스크

▲ 미국과 유럽에서 올 겨울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한파와 연료 수급 부족에 따른 전력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월18일 미국 뉴욕주에 내린 폭설. < AFP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유럽 내 여러 지역에서 올 겨울 극심한 한파와 에너지 수급 부족에 따른 전력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기후 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전력 확보가 제조기업들에 중요한 중장기 과제로 자리잡는 가운데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 겨울 미국과 유럽의 전력망이 에너지 위기 극복에 관련한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월부터 북유럽에서 시작된 한파가 남부 지역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쳐 기온이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조사기관의 예측을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국가 정부는 이미 올 겨울 한파에 따른 전력 부족이 심각해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럽이 극심한 한파를 겪으며 전력 수급에 이중고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천연가스 보유량이 점차 바닥나고 있는 데다 겨울 한파로 유럽 전력망이 리스크에 놓이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도 현재 비슷한 상황을 앞두고 있다. 극심한 한파로 미국 북서부에서 이미 시작된 정전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11월30일 미국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서 7만 명 이상이 강풍과 한파, 폭설에 따른 정전을 겪었다. 캘리포니아주 등 주변 지역에도 한파 주의보가 발령됐다.

계절성 폭풍이 점차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이 전력 수급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도 현재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수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올 겨울 전력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주요 산업단지가 위치한 텍사스주 등 지역에서는 이미 대규모 정전사태를 대비해 시민들에게 전력 사용량을 줄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안정위원회는 연료 수급 차질이 현지 발전소에 영향을 미치고 한파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에 나섰다.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유럽과 미국의 전력난은 이미 올해 여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가뭄 사태와 폭염이 지속되며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일반 가정까지 물과 전력 사용을 제한하고 비상체계를 가동하는 등 위기를 반영해 강력한 대응 조치가 이뤄졌다.
 
미국 유럽 한파에 에너지 부족 이중고, 한국기업 투자에 전력난 리스크

▲ 프랑스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참고용 이미지. < AP >

올 겨울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천연가스 등 연료 공급망 차질이 이전보다 큰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후 변화 리스크가 이처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밀집한 지역에 중점적으로 나타나는 일은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미국과 유럽에 생산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중장기 리스크를 더욱 크게 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해마다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요 산업단지가 가까운 지역에 밀집해 있고 전력 수급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한국에서 운영되는 생산공장은 기후변화 및 전력난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토지 면적이 넓어 전력 수급과 관련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많고 특히 최근에는 단기간에 수많은 기업들의 공장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전력난에 더욱 취약하다.

결국 한국 제조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투자 확대가 앞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현재 미국에 다수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헝가리 등 유럽에 위치한 배터리공장에도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기업 및 관련업체, 현대차동차와 LG화학도 최근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주요 생산 거점을 한국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고 전력 수급에 관련한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는 제조업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전반적인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