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약 60% 하락했다. 대부분 빅테크기업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특기할만한 수준의 하락세다.

그나마 60%라는 수치도 최근에 넷플릭스의 주가가 살짝 반등했기 때문이고,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를 비교해보면 약 반 년 정도만에 주가가 무려 76.7% 급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천하가 사실상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최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바로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 3월 22개의 게임을 넷플릭스 플랫폼에 출시하며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위에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살짝 얹어놓은 느낌에 불과했다면 이번에는 각오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게임 스튜디오를 세우고 게임 개발에 나섰다.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해 게임을 퍼블리싱하겠다는 수준의 계획이 아니라, 아예 ‘게임 제작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무기를 들고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기업가치를 ‘퀀텀 점프’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클라우드 게임은 국내에서는 그리 흥행한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통신사들의 주도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이 주축이 아니라, 단순히 통신사의 부가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주목도도 낮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도 빠르게 잊혀져갔다.

하지만 세계 무대로 시선을 옮겨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클라우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클라우드,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 등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3파전의 양상으로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이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떨쳐내고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IP(지식재산), 다른 하나는 인프라다.

클라우드 게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단연 ‘지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풋렉’이다. 인풋렉이란 내가 조작을 입력한 뒤 게임이 그 조작을 인식하고 게임에 반영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게임은 영상과 다르다. 영상은 내가 영상을 받아오는 속도가 완전히 실시간이 아니어도 영상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지만, 게임은 나의 조작이 즉각 게임에 반영돼 게임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게임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풋렉이 길어지면 사실상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클라우드게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에도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마이크르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세계 곳곳에 깔려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공로가 매우 크다.

이런 측면에서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회사에는 굉장히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벌이는 망 사용료 분쟁의 키포인트기도 한 OCA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OCA는 넷플릭스가 세계 곳곳에 깔아놓은 일종의 캐시서버다.

이 OCA들은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캐시서버의 유무는 그 지역의 클라우드 응답속도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번엔 소프트웨어적 측면, IP에서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어느정도일까?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구글이 유독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철수한 이유로 IP의 부족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구글은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엔비디아와 달리 게임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IP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엔비디아 역시 게임용 IP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스팀에서 서비스돼고 있는 수천개의 게임들이 모두 엔비디아의 게임용 IP 자산인 셈이다.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넷플릭스는 출발부터 콘텐츠 기업인만큼 오징어게임, 수리남,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카드, 나르코스 등 매우 쟁쟁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한 번 게임으로 ‘대박’을 낸 IP긴 하지만 넷플릭스의 드라마 ‘위처’ 역시 훌륭한 넷플릭스의 지식재산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해있는 이 게임스튜디오에서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14개를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식재산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게임과 영상 콘텐츠는 일방적으로 한쪽에 시혜적 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다. 

앞에서 언급했던 위쳐는 게임과 영상의 호혜적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다. 폴란드에서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지만 세계적으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판타지소설인 ‘더 위쳐’는 CDPR에서 제작한 ‘위쳐3’라는 게임의 대 성공으로 단숨에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판타지 소설로 거듭났고, 결국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됐기 때문이다.

하나의 콘텐츠의 성공이 그와 같은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둔 다른 콘텐츠의 성공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게임 사업에 뛰어든다면 거기서 거둘 수 있는 수익 역시 일반적 인식보다 훨씬 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1년에 게임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162억8천만 달러, 2021년 넷플릭스의 총매출은 297억 달러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게임사업에 힘을 쏟아왔던만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어들이는 돈의 1/5정도만 벌게 된다 하더라도 넷플릭스의 전체 매출은 10%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게임과 영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계산하기 어려운 시너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OTT로만 먹고 살기에는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등 너무나도 강력한 경쟁자가 많아졌다. 결국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다른 산업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선택했고 그 첫 타자는 바로 클라우드 게임으로 선정됐다.

과연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그리고 넷플릭스는 그 사업을 발판삼아 어디로 점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금 바닥을 지나고 있는 넷플릭스 주가는 과연 그 과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