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대재해감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처벌’에서 ‘자율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발표에 재계와 노동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은 적용대상과 범위가 모호하고 처벌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현장의 혼란만 가중하고 중대재해 수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 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는 정책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부 자율예방 중심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 재계 '공감', 노동계 '우려'

▲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 재계와 노동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문에서 “정부의 로드맵은 처벌·감독을 통한 타율적 규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안전주체들의 책임에 기반한 ‘자기규율’과 ‘예방 역량’ 향상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이에 경영계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 담긴 ‘위험성 평가 의무화’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는 제도인 위험성 평가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위험성 평가를 적정하게 실시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해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경련은 “현행법의 합리적 개선 없이 위험성 평가 의무화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옥상옥'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도 “(정부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자율관리제도로 운영 중인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고 처벌을 신설하는 등의 규제강화 계획을 마련했다”며 “위험성평가의 의무화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중복규제 정비, 산업현장 인프라(위험성평가 실시 인력 확보 등) 구축, 자의적 법집행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 감독관의 전문성 확보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할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특히 아직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위험성평가를 강제하는 것은 관련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반영해 안전보건규제를 완화했다며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로드맵에 관해 “위험성평가 등이 일부 강화된 측면이 있으나 작업중지 완화, 노동자 처벌 등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안전보건규제 완화 내용이 곳곳에 박혀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노총은 위험성평가 의무화에 관해서도 “의무사항인 위험성평가를 마치 (기업이) 대단한 노력을 한 것처럼 포장해 정부가 수사 봐주기로 (기업) 솜방망이 처벌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바라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사상누각의 자율안전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로드맵이 안전에 관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기업의 처벌만 완화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자율안전 정책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 참여의 실질 보장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며 “그러나 로드맵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 일부 확대만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위험작업을 중지했을 때 사업주가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것에 대한 처벌도 없고 포괄적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외국과 달리 범위와 요건을 매뉴얼로 정하겠다고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의 약40%를 차지하는 건설업과 하청 노동자 등에 관한 대책도 미비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민주노총은 “(정부 로드맵에)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대책은 실패가 증명된 원·하청 상생협력 외에는 없다”며 “수 년 동안 핵심 대책으로 추진해 왔던 도급금지, 도급승인,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 등 위험의 외주화 방지 대책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