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전략 세우고 MZ사원은 거들 뿐, 롯데마트 이색 마케팅 씽크탱크

▲ 롯데마트가 Z세대로 구성된 대학생들로 ZRT라는 팀을 꾸린다. '유통업계 최초의 마케팅 싱크탱크'라는 의미가 부여된 이 팀은 'Z세대 마음은 Z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콘셉트로 롯데마트의 전략 개발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마트가 Z세대로만 구성된 자그마한 팀을 띄운다.

팀원 규모는 20명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젊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롯데마트의 설 자리를 넓혀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만큼은 작지 않아 보인다.

3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현재 1995년에서 2001년 사이 태어난 대학생이나 휴학생을 대상으로 ‘ZRT’ 1기를 모집하고 있다.

ZRT는 ‘Gen-Z Round Table’의 줄임말이다. 한국어로 ‘Z세대 원탁회의’라는 뜻.

모집 인원은 총 15명이다. 모집 분야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전략 개발 등 2개 부문으로 각각 한 자리수로 모집한다. 23일 시작된 ZRT 모집은 12월4일 마감된다.

ZRT는 12월22일부터 내년 3월9일까지 총 12주 동안 활동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 잠실의 롯데마트 본사와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아카데미 등 여러 오프라인 장소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교육을 받으며 과제도 수행한다.

롯데마트는 ZRT에 ‘유통업계 최초의 마케팅 싱크탱크’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서포터즈 프로그램은 종종 있었지만 이들을 회사의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롯데마트가 최초라는 뜻이다.

단순히 대학생들이 이력서의 대외활동란에 한 줄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롯데마트는 강조한다.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은 롯데마트 본사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다. 일종의 ‘프로젝트팀’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 팀의 이름은 ‘관심급구 프로젝트’다. 이 팀은 롯데마트 마케팅부문 소속 광고마케팅팀에서 일하는 MZ세대 사원 2명으로 구성된 아주 작은 조직으로 롯데마트의 젊고 새로워진 모습, 변화하는 모습을 색다르게 알려보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들은 광고마케팅팀 소속으로 업무시간에는 본업을 하면서도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관심급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별도로 대규모 예산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두 직원의 자발적 의지만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관심급구 프로젝트는 실제로 다른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동묘에 롯데마트의 시그니처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최고급 한우 맡김차림(오마카세) 팝업 레스토랑도 열었다. 7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강원도 양양 서퍼비치에서 수박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은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2030세대 고객에게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묘 와인바 팝업 레스토랑은 한 달 동안 매일 자리가 다 찼을 정도였다.

ZRT 모집은 앞선 3차례의 활동에 이어 관심급구 프로젝트가 추진하는 4번째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ZRT 모집 홍보 포스터를 보면 “어린 고객층에게 점차 잊혀가는 대형마트의 현실! Z세대의 찐心(심)은 Z세대가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찬 대학생 여러분과 함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읽고 미래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자 한다”고 소개돼 있다.

이커머스기업의 존재 때문에 대형마트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젊은 고객층들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이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현장에 적용해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ZRT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서류를 보면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목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관심급구 프로젝트는 ZRT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지원자들에게 롯데마트가 보유한 브랜드 ‘요리하다’(가정간편식), ‘RE:EARTH’(친환경 제품), ‘보틀벙커’(와인), ‘룸바이홈’(리빙) 등을 중심으로 광고나 홍보 전략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마케팅 전략 개발 부문 지원자들은 ‘온라인 장보기 확산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 활성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바를 보면 롯데마트가 왜 15명의 Z세대로 팀을 구성하려고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젊은 유통채널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해온 롯데마트가 Z세대의 고민을 더 들어보고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관심급구 프로젝트는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며 측면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