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거취 압박받는 이상민, 파면여론 고조에 ‘폼나는 사퇴’ 시점은?

▲ 정치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상민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태원참사 국정조사를 앞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관 파면요구를 하는 건 정치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이태원참사 주무장관으로서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장관이 ‘폼나는 사퇴’를 하는 시점을 고려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이 장관을 즉각 파면하기를 바란다”며 “(윤 대통령이) 민심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유가족과 국민을 대신해 내일(29일)부터 국회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위원으로 참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활한 국정조사를 위해서는 이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야권의 요구를 ‘정치공세’라 규정하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명명백백 밝혀서 책임질 사람에 책임을 지우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을 오늘까지 파면하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관을 자르라는 건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11월30일 안으로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소추안이나 해임건의안은 발의된 뒤 첫 번째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며 보고 후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있다. 국회 본회의는 12월1일과 2일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이 장관은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9월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뒤 실언을 거듭한 이 장관을 두둔해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는 모습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박 장관과 달리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큰 상황이다.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상민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KBS가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태원참사 관련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는 응답이 73.6%였으며 책임자 경질을 주장한 사람들 가운데 이상민 장관을 경질 범위로 보는 의견도 78.9%에 달했다. 

더욱이 아직까지 이번 이태원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인사가 없다는 점도 이 장관을 그대로 두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는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정도 참사가 났는데 주무장관이 물러나지 않은 첫 사건”이라며 “끝까지 한 명도 안 자르고 그냥 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이 정도 참사에 단 한 명이 책임지지 않고 과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거나 이 장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물러나더라도 야권의 요구에 따라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사퇴 시점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장관이 이태원참사를 수습한 뒤 자의로 사퇴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느냐"고 말한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한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 뜻은 당분간 이 장관의 사퇴는 없다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 이상민 장관이 이런 수습 관련된 TF의 장을 맡고 있지 않나”라며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물러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언급했다.

다만 이상민 장관이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이주영 전 장관처럼 유족이나 여론의 비판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평론가는 “이주영 장관은 유가족들하고 초반부터 정서적인 교감과 공감이 높았다”며 “그런데 이상민 장관이 이런 유가족들을 끌어안고 같이 눈물도 흘리는 그림이 잘 상상이 안 된다”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