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블록체인은 업무 절차의 효율화, 유통 과정의 투명화, 데이터 신뢰성 확보에 유용하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가 주목받던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블록체인 연구회 공청회에서 나온 말이다. 
 
[기자의눈] 위믹스 상장폐지에 투명성 실종,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 디지털자산 거래협의체 닥사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제소하기로 했다.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는 블록체인이 지닌 이런 유용성이 뿌리채 흔들린 사례임을 보여준다. 이는 위믹스 투자자들 뿐 아니라 위메이드 계열 주식 투자자, 더 나아가 가상화폐 전반을 향한 신뢰성에 커다란 불신을 안기고 있다.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고팍스)가 모여 만든 디지털자산 거래협의체 닥사(DAXA)는 24일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위메이드는 닥사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25일 유튜브 기자간담회를 열고 “닥사는 위메이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슈퍼 갑질이고 이는 사회악이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유통계획이 없는 가상화폐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왜 위믹스에만 유통계획과 유통량의 차이를 지적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위믹스 상장폐지를 두고 닥사는 투자자 보호를 내세웠고 위메이드는 닥사의 일방적 갑질이라고 언급하며 서로가 상대방쪽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성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닥사의 상장폐지 결정에 관한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기로 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도 세웠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돌아온 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으로 꼽였던 ‘투명성’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 여겨졌던 ‘탈중앙화’도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만들어져 소개될 당시 이중 지급(원본 파일에 저장한 가치를 지불한 뒤 해당 파일을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지급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에 따른 다자서명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두 투명하게 채굴, 유통, 거래 과정을 들여다보게 돼 블록체인 거래의 투명성이라는 장점이 생겨난다고 알려졌다. 또 투명성이라는 장점을 통해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위믹스의 상장폐지 과정을 통해 확인하게 된 가상화폐 시장은 결코 투명하지 않았다. 

우선 위메이드는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를 시장에 유통할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장점으로 그렇게 강조한 유통 과정의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위메이드는 11월 말까지 유통 계획에 2억4596만 개의 위믹스를 유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중개소에서 확인된 위믹스는 계획보다 29.46% 더 많은 3억1842만 개였다. 

약 7200만 개에 달하는 위믹스가 계획 없이 시중에 유통된 것이다. 상장폐지가 결정되기 전 가격(약 22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584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닥사는 계획에 없는 위믹스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그 시가총액이 부풀려져 투자자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메이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유통 계획이 없는 다른 가상화폐도 많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위믹스 유통 구조의 불투명함을 변호하진 못한다.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닥사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닥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는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5곳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합의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상장폐지에 어떤 기준을 두고 있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 상장폐지 논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몇몇 거래소의 알 수 없는 합의를 통해 언제라도 투자한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게 됐다. 

투자자의 안정성을 위해 결정했다는 상장폐지가 투명하지 못해 결국 투자자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이번 위믹스 상장폐지를 주목하면서 중앙정부의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나와 가상화폐업계에서 자랑했던 탈중앙화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을 두고 주장한 분산형 투명성과 신뢰성은 작동하지 않았으니 중앙집권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고 금융감독원도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는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여서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장폐지를 두고 거래소와 업체의 논리가 갈리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 만큼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엄격한 투자자 보호 조치가 담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영향을 받고 있어 유동성 위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법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실행이 불투명 속에 이뤄질 여지가 있다면 결코 신뢰와 안정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가상화페 거래소와 유통회사 사이에서 가장 크게 다칠 사람은 투자자들이란 사실을 이번 위믹스 사태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