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 해제 두고 해석 분분, 시진핑 미디어 통제 강화 분석도

▲ 중국 정부의 한국 영상콘텐츠 수입 허가는 오히려 미디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한국 영상콘텐츠 규제를 일부 해제한 배경을 두고 중국 내 미디어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 직후 중국의 여론을 민감하게 살피는 상황에서 당국이 온라인상에 무단으로 배포되는 한국 콘텐츠를 겨냥한 칼날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27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비디오 등 중국 내 영상플랫폼에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가 정식으로 등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을 비롯해 ‘이태원 클라쓰’ 등 1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가 올해 들어 중국에서 정식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사드보복 사태로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중국에 정식으로 제공된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의 고품질 영상콘텐츠 출시 확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도 중국에서 한국 영상콘텐츠가 정식으로 제공되는 일은 최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 정상회담에 따른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최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중국이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국 영상콘텐츠 및 게임업계는 이를 계기로 장기간 막혀 있던 중국 콘텐츠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사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장기간 규제를 통해 사실상 금지하고 있던 한국 영상콘텐츠 수입을 점차 해제하고 있는 배경을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이미 다수의 영상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불법으로 공유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중국 정부 측에서 밝힌 이유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한국 콘텐츠 정식 수입을 문화 교류 확대의 계기로 본 것은 이미 다수의 영상이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던 상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낮다.

시 주석이 무분별한 한국 콘텐츠 유입을 막고 사전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충분히 검증을 거친 영상콘텐츠를 선별적으로 수입하겠다는 의도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중국 내 주요 영상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를 정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상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겨냥한 중국 정부의 제재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 두고 해석 분분, 시진핑 미디어 통제 강화 분석도

▲ 중국 영상콘텐츠 플랫폼 텐센트비디오 모바일앱 이미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고등법원은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무단으로 배포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 관계자 5명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최대 119만 위안(약 2억2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차이나데일리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지난 수 년 동안 온라인상의 불법 영상콘텐츠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국 콘텐츠의 불법 공유를 막고 일부 영상콘텐츠의 정식 등록을 허가한 점은 결국 사실상의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연임하게 되며 장기 집권체제를 유지하게 된 만큼 중국 내 미디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다는 해석도 이어진다.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중국 시민들이 사전에 검열을 거치지 않은 콘텐츠를 보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최근 ‘블랙아담’과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도 대부분 상영 금지 조치를 내렸다. 권력에 저항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결국 중국 정부가 앞으로 한국 영상콘텐츠를 정식으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검열 대신 폭넓은 허가가 이뤄져야만 문화 교류가 목적이라는 진정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중국의 콘텐츠 수입 재개를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과라고 강조한 대목도 중국 정부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기 전까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내용으로 분석된다.

차이나데일리는 “관계당국이 온라인 영상플랫폼에 관련한 모니터링과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플랫폼 기업들도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검증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내 영상플랫폼 업체들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배포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규제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