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읽는 경제] 인류와 함께 한 곤충 먹기, 어떤 걸 먹을까

▲ 황소개구리 잡아먹는 물장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비즈니스포스트] 물장군은 앞다리 갈고리로 먹이를 꽉 움켜잡고 크고 뾰족한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내장을 녹인 후 3시간 이상 꼼짝도 하지 않고 남김없이 체액을 쪽쪽 빨아먹는다.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황소개구리도, 꺽지 같은 육식성 민물고기도, 심지어는 같은 동종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놈이다.

닥치는 대로 워낙 많이 먹다보니 몸에서는 고약하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 노린내가 심해서 붙여진 이름 '노린재목'에 속해 있으므로 분비샘에서 나오는 구린내 나는 자극적인 냄새는 더 지독하다.

아무리 곤충을 먹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강변해도 물장군은 감히 먹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식재료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인류와 함께 한 곤충 먹기, 어떤 걸 먹을까

▲ 동종포식하는 물장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곤충이어서 채집도 불가능하고 썩은 내가 진동해 먹지 않는 곤충이지만 태국의 시장에서는 '마엥 다나', 라오스에서는 '맹다나'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물장군을 시장에서 팔고 있다.

그릴에 구워먹거나 물장군 특유의 냄새 나는 물질을 조미료나 소스로 만들어 먹는다. 한 마리당 1천 원 정도로  돼지고기가 1kg에 5~7천 원이니까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우리에게는 역겹고 메스꺼운 물장군이 태국, 라오스인들에게는 맛난 별식이다. 

우리도 오래 전부터 먹던 곤충 음식이 있다. 메뚜기와 번데기다. 

고소한 닭고기 맛을 지니고 있어 튀김 등 여러 요리로 만들어 먹고 있는 메뚜기는 풀밭이나 논에서 콩과 식물이나 벼과 식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풀을 먹는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잡기도 쉽기 때문에 가장 흔하게 식용하고 있는 곤충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성서에도, 코란에도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권장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아크리도파구스(Acridophagus)'라 부르기도 하는데 메뚜기(아크리도)를 먹는(파구스) 사람이란 뜻이다. 최근까지도 아프리카에서 대 발생하고 있는 메뚜기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는 뜻일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연구소 풀밭에서 메뚜기를 잡아 삶아서 내장을 비우고 참기름에 달달 볶아 깨소금 솔솔 뿌려 술안주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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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 볶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번데기라 함은 보통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일컫는다. 누에나방이 되기 전 마지막 단계의 애벌레가 입에서 실을 내어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집(house)'인 고치를 만들고, 고치를 다 만들고 난 후에 그 안에서 애벌레가 번데기가 된다.

고치는 풀어서 비단을 만들고 고치 안의 번데기는 볶아서 먹었는데 이 번데기가 '번데기'로 보통명사가 되었다.

고소하고 맛이 있어 많이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라 요즘도 기회가 되면(중국산이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파는 번데기를 사 먹는다. 길거리에서 파는 번데기를 불량식품이라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배탈이 난적 없는 깔끔한 식품이다. 

고치며, 번데기 애벌레까지 탈탈 털어 이용했던 누에나방은 무려 5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한 진정한 반려생물로 인간에게 베풀기만 한 위대한 곤충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리고 지금까지도 잘 이용해오던 '곤충'을 왜 징그럽고 더럽다며 극도로 미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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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나방.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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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데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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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나방 고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태국, 라오스의 물장군이나 매미와 잠자리를 먹는 인도네시아, 물방개를 즐겨 먹는 중국은 곤충 음식이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일본인들도 날도래를 즐겨 먹고 독일에서도 메뚜기를 식초와 후추에 절여 새우처럼 요리해서 먹기도 하며, 미국에선 17년마다 돌아오는 매미를 기름에 바싹 튀겨 먹거나 샐러드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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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도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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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처럼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다양하게 곤충을 음식으로 만든다. 곤충 먹기는 누구에게는 낯설고 껄끄러운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식사 문화이기도 하고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매일 곤충을 먹는다. 

세계인들이 널리 이용하고 있고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곤충 먹기는 늘, 어디에서나 있는 일이었으므로 곤충을 먹어도 된다고 권유는 하지만 곤충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벌레가 싫다는 데는 어쩔 수가 없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며 궁극적으로는 기후 위기를 막는 훌륭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곤충 먹기는 정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의 선택은 먹이의 풍부함과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게 전통적인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건강에 관한 기준이 추가되어 그나마 곤충을 먹을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줄이고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산을 낮추려 온갖 애를 쓰며 다이어트를 하는데 이만한 식재료가 없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인류와 함께 한 곤충 먹기, 어떤 걸 먹을까

▲ 식용 곤충과 다른 동물들의 100g당 영양소 함유량.

그동안 곤충을 식용하기 위해 수많은 상업적 시도가 있었지만 곤충에 대한 오해가 쌓였을 뿐 큰 진전은 없는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21년 곤충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곤충산업 규모는 446억 원. 2020년 대비 7% 증가한 수치라며 식용 곤충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장하지만 대중화는 아직 먼 이야기다. 

곤충 가치를 높이고 곤충 시장을 활성화 시킨다 하면서 농촌진흥청은 오히려 헛발질을 하고 있다. 대략 2천 종이 넘는 곤충을 전 세계인들이 먹고 있는데 갑자기 식품 원료 등록이란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10종으로 제한한 일은 식용 곤충 시장에 장벽을 만들 뿐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종류나 허용범위에 대해 위험도를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식용곤충 표준화라니.

산나물 중 독성 있는 식물을 분류하고, 독버섯과 식용버섯 구별법을 알려주듯이 절대 먹지 못할 곤충만 알려주면 될 일이다. 그 독한 물장군을 먹는 걸 보면 어쩌면 먹지 못할 곤충은 없을지 모른다.

그럼 어떤 곤충을 먹을까?

우선 크기가 크고, 우리와 함께 살아 온 고유종이며, 사육 비용이 저렴하며 연중 생산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종류면 새로운 식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메뚜기 종류와 누에는 이미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곤충이므로 1차 대상이고, 산누에나방과 박각시에 속하는 종류의 애벌레는 평균 100~160mm로 몇 마리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거대한 크기다.

애벌레 먹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나 아카시나무, 복숭아나무 잎으로 손쉽게 키울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인류와 함께 한 곤충 먹기, 어떤 걸 먹을까

▲ 참나무산누에나방 애벌레(140mm).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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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박각시 애벌레(130mm).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으로 읽는 경제] 인류와 함께 한 곤충 먹기, 어떤 걸 먹을까

▲ 대왕박각시 애벌레(170mm).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비빔밥이 세계화되고, 날 생선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야만시하고 토할 것 같다던 서구인들도 회와 초밥을 즐긴다.

음식은 때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맛을 찾는 즐거움이므로 맛있다고 소문나면 어느 한 순간 찾아다니며 곤충을 먹을 것이다. 

곤충 요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자연스럽게 깨지는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거나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입맛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맛난 곤충을 먹지 않을까? 기다리는 수밖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