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 테크뉴스는 22일 미국 반도체생산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브라이스 힐 재정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일부 고객기업들이 최근 미국정부가 가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생산공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언론 “중국 반도체기업, 미국제재 피하기 위해 공정 변경할 수도”

▲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생산공정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SMIC >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자국 반도체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SMIC,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잇따른 제재 조치로 이들 기업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최근 시행한 새로운 제재에 따르면 미국기업은 14~16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128단 이상 3D 낸드플래시, 18나노 공정 이하 D램 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에 따라 SMIC는 14나노 반도체를 17나노로 변경하고 YMTC는 3D 낸드플래시의 단 수를 조정하는 등 '퇴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를 의미하며 숫자가 작아질 수록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져 성능이 좋아진다.

만약 14나노 반도체가 17나노로 바뀌면 웨이퍼 하나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줄어들어 채산성은 낮아질 수 있다.

3D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생산공정의 조정은 비교적 자유로우나 완제품 SSD(반도체를 활용한 디지털 정보 저장장치)와의 규격기준을 맞추려면 수많은 검증절차가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자국산 반도체 생산에 쓰일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완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당분간 17나노 등 공정 난이도가 낮은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크뉴스는 "중국기업들은 미국 장비를 도입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였다"며 "게다가 미국 장비의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대체 장비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