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GM 미국 배터리공장에 강성노조 들어서나, 노사관계 영향 '촉각'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를 위한 투표 절차가 이른 시일에 진행된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를 위한 투표 등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전미자동차노조가 공장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된다면 앞으로 노사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거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미국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와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12월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와 운영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GM에 따르면 현재 오하이오주를 포함해 모두 4곳의 공장 건설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그동안 미국 노동관계위원회의 정식 승인 절차를 거친 노조 설립만을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전미자동차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투표를 거쳐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노조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카드체크’ 방식으로 사측이 노조 설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가 결국 노조 설립 투표를 승인하고 직접 감독하기로 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단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레이 커리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오하이오 공장에서 근무하는 900명 안팎의 직원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전미자동차노조가 자신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12월 초 진행되는 투표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다수의 득표를 받아 합법적으로 노조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공장 가동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미자동차노조 특성상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만큼 공장 근로자의 임금 인상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공산이 커 배터리사업 수익성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노사협상에 차질이 빚어져 파업 등 사태가 벌어진다면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매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전미자동차노조의 노조 설립 움직임을 언급하며 이를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근로자들의 임금은 중산층 수준에 해당한다”며 “전체 비용 관리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겠지만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건비 부담이 GM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운영에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에 노조 지위 확보 여부가 앞으로 전기차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업체와 자동차기업의 합작공장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가동을 시작한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성공적으로 노조 지위를 확보한다면 다른 공장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해당 공장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기는 일이 앞으로 미국 전기차산업 전반에서 근로자들이 처하게 될 환경을 결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전미자동차노조는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고용환경 역시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협상력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라 대규모 보조금 지급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미자동차노조와 임금 협상 등에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일은 정책적 수혜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노사 갈등이 민감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노동 분야 전문가인 아트 휘튼 코넬대 교수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앞으로 힘을 합쳐 근로자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싸우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배터리공장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노사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얼티엄셀즈 관계자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자신들을 대표하는 단체를 선정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와 전미자동차노조의 오하이오주 공장 노조 설립 시도를 모두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