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 광고주 이탈 불 붙여, 트럼프 계정 복구는 '기름'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트위터 인수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 영구정지를 해제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임직원을 대거 해고하고 플랫폼의 대대적 변화를 추진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하며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이용자는 물론 광고주의 불안감을 이끌어내 트위터의 주요 수익원에 해당하는 광고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트위터 플랫폼의 미래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1일 “트위터는 머스크에 인수된 이후 몇 주 동안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만큼 심각하게 걱정되는 일은 아직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가 과거 가짜뉴스 확산과 폭력행위 조장 등 정책 위반을 이유로 영구정지 조치를 내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계정을 복구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절차를 진행할 때부터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인수가 성사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정지를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다만 트위터 인수 뒤에는 플랫폼 이용자 및 광고주들을 의식한 듯 극단적 정치 성향을 반영하거나 폭력적인 콘텐츠가 허용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운영 방침을 발표하며 태도를 바꿨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한 것은 머스크가 결국 자신이 처음부터 원하던 방향대로 트위터 플랫폼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트위터 복귀는 혐오 표현과 가짜뉴스 확산, 인권 침해가 재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상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트위터 복귀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특별히 그럴 만한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며 복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 정지 뒤 자체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만들어 운영하며 이를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한 소통 창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과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른 플랫폼에도 콘텐츠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트위터에 복귀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점도 이용자 수가 훨씬 많은 트위터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지지 세력을 키우려 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그의 복귀가 트위터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의 인수 뒤 트위터의 정책 변화 및 이용자 반발에 따라 촉각을 기울이고 있던 광고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플랫폼에서 이탈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광고영업을 담당하던 한 임원은 경제전문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트윗은 대형 광고주들이 트위터에 광고 게재를 중단하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라오는 콘텐츠와 관련해 외부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는 광고주들을 향한 약속을 어긴 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돌아온다면 과거와 같이 반대 정치세력에 혐오를 조장하고 지지자들에 인기를 끌기 위해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퍼뜨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광고주 이탈 불 붙여, 트럼프 계정 복구는 '기름'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

그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와 관련해서도 이미 조작 가능성 등 음모론에 힘을 실으면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연히 트위터 플랫폼의 이미지 악화나 이용자 이탈로 이어져 광고주들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광고 매출 하락을 이끄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촉매제, 그의 발언은 성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의 트위터 복귀가 불러올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폴크스바겐과 메이시스, 제너럴밀스 등 주요 대기업은 이미 머스크의 인수 뒤 트위터에 광고 게재를 중단했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흑인 인권단체 NAACP도 공식 성명을 내고 광고주들이 트위터에 광고 게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활발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런 사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더욱 확산된다면 광고주들은 기업 이미지와 사회적 여론 등을 고려해 트위터 플랫폼을 떠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트위터 전체 매출의 약 90%는 광고 매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주의 이탈은 결국 트위터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트위터는 이미 머스크가 주도한 임직원 대량 해고와 회사의 방향성에 불만을 느낀 엔지니어들의 대규모 퇴사로 미래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결국 머스크가 440억 달러(약 60조 원)를 들여 인수한 트위터가 그의 독선적 판단의 결과로 ‘껍데기만’ 남은 기업에 불과하게 축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CNN은 “머스크는 트위터 이용자와 광고주들이 모두 플랫폼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