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 “미중 반도체 냉전에 지정학적 리스크, 한국 일본에 압박 가중”

▲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워 한국과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규제가 무력 충돌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본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공세로 경제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이를 한국이나 일본을 압박해 경제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18일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는 중국과 ‘반도체 냉전’이 무력 충돌로 발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새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미국과 일부 동맹국이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및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내용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이 새 규제를 통해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이어지던 반도체 경쟁을 한층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며 중국이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은 자체 반도체산업 역량을 키워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인공지능 등 반도체와 빌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이런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일은 두 국가의 대립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 강화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및 중동, 동남아 지역에 경제적 및 군사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자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안게 됐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시 주석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도 불안감을 안게 된다면 중국 정부가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더 적극적으로 경제 협력을 추진하며 압박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중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면 중국 지도자들은 한국과 일본을 위협해 첨단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하도록 강제하는 일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중국에 경제적 의존이 큰 한국과 일본은 국익을 고려해 중국 정부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 정부의 투자 확대 등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어려워지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정부가 과거 냉전 시절에 소비에트연방(소련)을 압박한 것과 같은 전략을 중국에 재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의 극단적 대응은 전 세계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을 피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핵 보유국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해당 사설은 미국 버지니아대 국제관계 전문 교수로 일하는 데일 코프랜드가 기고했다. 그는 버지니아대 소속 정치정책전문 연구소인 밀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