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올해 배당 계획과 관련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증시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마련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상속세 '곳간' 삼성생명, 올해 배당정책도 삼성화재와 정반대?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올해 실적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들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는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을 바라보고 있지만 자본 여력을 주주 환원보다 성장에 돌릴 구상을 하고 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의 차이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14일 삼성생명 안팎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연말배당에서 지난해와 같은 1주당 3천 원 수준의 배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4~34%가량 줄어들며 2019년과 2020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시침체가 이어지며 변액보험 계약자의 보험금을 일정수준까지 보장해주기 위한 변액보증준비금이 그대로 손실로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실적 부진이 예상됨에도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1일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부담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경기 여건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작년보다 배당 성향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도 삼성생명이 4분기에 부동산과 주식 매각이익으로 6천억 원을 인식하고 자기자본 대비 시가평가 부채 규모도 양호하다는 점에서 배당 확대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연간 추정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하향하겠지만 배당성향 확대를 가정해서 주당배당금은 3천 원을 유지하겠다”고 바라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생명은 4분기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인식될 예정이다”며 “이를 바탕으로 연간 주당배당금도 전년 수준을 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는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삼성생명과 같이 적극적 배당 확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안정적 주당배당금’을 지급하겠다며 당초 약속했던 배당성향 50%(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 확대 약속을 뒤집었는데 올해도 안정적 주당배당금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들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0일 콘퍼런스콜에서 “배당정책과 관련해서 작년에 안정적 주당배당금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은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주정책에 큰 변화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자본의 여력을 성장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삼성화재의 배당 관련 발언을 두고 “배당성향 확대에 대해서 언급되지 않았다”며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배당 정책에 차이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삼성생명 지분으로 배당금을 받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사후에 유족들이 해마다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연간 2조 원대에 이르는 데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마련하려면 배당금은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2022년 6월 기준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2087만9591주, 삼성화재 주식을 4만4천 주 보유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삼성생명의 배당이 확대되면 상속세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 배당금으로 626억 원, 삼성화재 배당금으로 5억 원을 수령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주주가 배당과 대출로 상속세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잔여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 주요 계열사의 배당 규모는 최소한 하방 경직적이거나 점진적으로 상승해야 할 유인이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배당 안정성 또한 견고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