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유통그룹 임원인사에서는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추가 실리는 분위기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기업들은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데 전문성 강화로 한발 앞서 위기 대응력을 키우려는 의지로 읽힌다. 
 
[데스크리포트 11월] 롯데 현대백화점 임원인사, 쇄신이냐 안정이냐

▲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임원인사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일 유통업계에서는 임원인사를 앞둔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최고경영자들의 연임 혹은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 대기업 가운데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이미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뒤이어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11월 중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2020년부터 정기 임원인사를 11월 말에 실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9월부터 시작한 임원인사 평가를 고려하면 정기인사 시점이 11월 초중순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조직 쇄신에 무게감을 둔 인사로 유통부문의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에 올해에는 쇄신보단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외부인재의 추가 영입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해에는 P&G 출신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프랜차이즈 놀부 출신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등을 영입했다. 

롯데그룹에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로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이사,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매해 11월 초에 임원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앞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대전점 화재사고 등 여파로 올해는 예년보다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사의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월에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사고는 8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일부 임원이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안전관리책임자 등 13명을 입건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롯데 현대백화점 임원인사, 쇄신이냐 안정이냐

▲ 현대백화점그룹이 매해 11월 초에 임원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앞서 9월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대전점 화재사고 등 여파로 올해는 예년보다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재 화재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조사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대표이사 중 1명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3명의 대표이사 체제다. 오너인 정지선 회장을 비롯해 정호진 사장, 김형종 사장 등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가운데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최고경영자는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등이다.

올해 유통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곳은 CJ그룹이다.

CJ그룹은 중기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 추진을 위해 지난해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이재현 회장은 올해도 중기비전 달성에 필요한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리더로 승진한 오너3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이번에 식품성장추진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기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 전략업무에서 식품사업의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이재현 회장은 올해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를 대부분 유임시켰지만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CJ올리브영은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쇄신의지를 드러냈다. CJENM은 그룹의 4대 성장엔진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문화(Culture) 부문의 주축이다.

이 회장은 또 젊은 인재 발탁을 이어갔다. 

이선정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이사는 그룹 내 최연소 대표이사이자 CJ올리브영의 첫 여성 대표이사가 됐다. 

또한 2023년 신임 경영리더 승진은 44명으로 2022년(53명)보다 적지만 2020년(19명)과 2021년(38명)보다는 크게 늘었다. 신임 경영리더들의 평균연령은 45.5세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보다는 3주가량 늦게 베일을 벗은 인사 내용을 보면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 인재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사는 '안정'을 선택하고,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전문성'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인사에서 거취가 주목되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은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한번 더 신임을 받았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는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손 사장은 올해 신세계백화점 역대 최대실적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손 사장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올해 임원 승진자를 10명 배출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