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많은 기업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차전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3분기에 매출액 7조6482억 원, 영업이익 52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컴퍼니 백브리핑] LG엔솔 3분기 영업이익이 사실상 신기록인 까닭

▲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갔다. 사진은 배터리전시회에 참여한 LG에너지솔루션.


분기 기준으로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0%로 거의 2배에 이른다. 영업이익도 사실상 ‘역대 최대’인데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LG엔솔은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7243억 원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숫자에는 ‘사연’이 들어있다. 올해 3분기를 실질적인 분기 최대 영업이익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시계 바늘을 당시로 돌려보자.

2019년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무역위원회)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인력을 대거 영입해 배터리 기술을 도용했다는 주장이었다.

2년여에 걸친 장기 소송 끝에 LG화학이 승소했고 두 회사는 합의를 체결한다. 지난해 4월에 기본합의에 이르렀고 지난해 5월에 최종합의문을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해서 설립됨)에게 총 2조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일시금으로 1조 원(2021년 5천억 원, 2022년 5천억 원)을 지급한다. 나머지 1조 원은 2023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연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지급해서 채운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합의 내용을 두 회사가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17일 공시한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일시금을 1분기 손익계산서에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석달 뒤인 8월17일 2분기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일시금을 2분기 손익계산서에 영업수익(매출액)으로 반영했다”고 알렸다. 

똑같은 사건에서 발생한 일시금 1조 원인데 주기로 한 측은 ‘영업외 비용’이라 하고 받기로 한 측은 ‘영업수익’이라 주장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두 회사의 회계처리에는 미묘한 자존심과 경쟁의식이 숨어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1분기 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을 읽어보면 이 일시금을 소송 합의금 정도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소송에서 졌기 때문에 물어주는 합의비용의 성격이지 기술사용대가로 보지 않겠다는 판단이 내포돼 있다.
 
[컴퍼니 백브리핑] LG엔솔 3분기 영업이익이 사실상 신기록인 까닭

▲ SK이노베이션 2021년 1분기 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용.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은 어떠할까?

SK이노베이션이 먼저 공시한 내용을 봤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시금 1조 원을 기술료인 라이선스 사용권을 SK이노베이션에 부여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못박았다. 과거에 허락없이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도용해서 배터리를 제조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금 회수하는 개념으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라이선스 등 로열티 관련 수익을 매출액(영업수익)에 포함시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 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일시금 1조 원에 대한 회계처리를 설명했다. 필자는 이 문구를 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 인식에 대한 회계기준에 맞춰 깔끔하게 설명하려 고심했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컴퍼니 백브리핑] LG엔솔 3분기 영업이익이 사실상 신기록인 까닭

▲ LG에너지솔루션 2021년 2분기 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용.

이 주석의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의 내용을 보면 두 회사간에 합의금을 주고 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해서 하나의 회계적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합의 대가는 전액 라이선스 대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에 기술을 제공해 준 대가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라이선스 부여가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에 해당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영업수익(매출액)으로 인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 라이선스는 SK이노베이션에 매각한 것은 아니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일 뿐이며 합의 이후 추가로 SK이노베이션에 제공해야 할 사안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2분기 재무제표에 바로 매출 반영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에는 일시금 9922억 원(1조 원을 현재가치로 측정한 금액)이 포함돼 5조1310억 원으로 기록됐다. 이 9922억 원은 영업활동으로 달성한 매출액이 아니므로 대응하는 영업비용이 없다. 이 금액만큼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기여하게 되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은 1분기에 비해 8769억 원이나 증가했다. 증가율 20.6%다. 그런데도 매출원가는 거의 그대로다. 매출액이 20%나 증가했는데 매출원가가 그대로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원가없는 매출액(일시금)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7243억 원을 기록했다. 일시금이 아니었다면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5219억 원에는 환율 효과가 작용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분기 최대 영업이익으로 봐도 무방하다. 

원자재 가격이 많기 오르긴 했지만 배터리 판매가격에 원자재 인상분을 연동할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에서 수출비중은 70%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환율상승 효과가 더해진 것이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