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부동산이 대세하락장에 본격 돌입했다는 신호들

▲ 올초까지 그렇게 많았던 부동산 시장 상승 전망은 이제 자취도 찾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세하락장에 들어섰다는 신호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10월3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긴축적 통화정책에 올인 중이다. 당연히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이 긴축적 통화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 연말과 올초 자칭, 타칭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외치던 부동산 시장 상승 전망은 이제 자취도 찾을 수 없다.

난공불락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 강남권역 소재 랜드마크 아파트들마저 잠실엘스 전용 84㎡가 최고가 대비 7억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하루가 무섭게 급락 중이다.

랜드마크 아파트들의 가격이 빠르게 추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세하락장에 들어섰다는 신호들이 등장하고 있다.

◆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멸종 상태의 부동산 시장     

먼저 부동산 시장의 온도를 가장 정확히 알려준다고 할 거래량이 역대 최악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0월1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69건 불과하다. 물론 10월 말까지 기다려야 정확한 매매거래량을 알 수 있지만, 지금 추세로 보면 600건을 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7월 643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8월에도 거래량이 659건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11월부터 10개월 연속 1000건대(그 중 2월은 819건, 7월은 643건, 8월은 659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10개월 연속 1000건대를 기록한 것이 왜 그렇게 충격적인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비교해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08년 9월 1849건, 10월 1519건, 11월 1163건, 12월 1523건을 기록한 후 2009년 1월 3778건으로 회복된다.

즉 1929년 세계 대공황에 비견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조차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000건대에 머문 기간은 고작 4개월에 그쳤다. 그만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000건대를 기록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그토록 드문 일이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거래량은 시장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시장은 대세상승과 대세하락을 반복하곤 하는데 거래량의 흐름을 보면 대략 시장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0년 이후로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2~13년이 대세하락의 정점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 신저가를 기록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는 와중에도 거래량은 확연히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리고 2014년부터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즉 대세하락의 바닥에서 목격되는 거래량의 증가는 대세하락이 꼭지를 찍고 상승 트렌드로 전환한다는 신호다. 

반면 대세상승장의 꼭지는 대세하락장의 바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 대세상승장의 꼭지는 2021년이었다.

서울 소재 대부분 아파트 단지들이 신고가를 갱신한 2021년 거래량은 1월을 제외하곤 3000~4000건에 머물다 9월로 접어들면서는 2000건대 이하로 급락한다. 즉 대세상승장의 꼭지에서 목격되는 거래량의 급감은 대세상승장이 종말을 고하고 대세하락장으로 전환된다는 신호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이제 대세하락장의 초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경매시장도 빙하기에 진입

부동산 시장이 거래 멸종상태에 돌입한데 이어 경매시장도 본격적인 빙하기에 진입했다.

9월2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22.4%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법정 휴정 일이 많았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았다.

작년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월평균 69.54%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다. 반면 올해는 상반기에 50%대로 떨어지더니 7월 26.6%, 8월 36.5%로 낙찰률이 급감하다 9월에는 급기야 22.4%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또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코로나 펜데믹으로 단 1건만 낙찰됐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아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9.7%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월간 낙찰가율은 작년 평균 111.3%를 기록할 정도로 불타올랐고, 올 상반기만 해도 평균 100% 이상(101.43%)을 유지했지만 7월 이후 급락 중이다.

경매시장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시장참여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경매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 폭증하는 전세공급은 역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

9월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수는 4만12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수가 4만건을 넘어선 것은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25일(4만324건)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0년 7월 이후 급감했던 전세매물은 올해 상반기 3만건 안팎을 유지하다가 지난 8월 이후 폭증했고 급기야 4만건대로 올라섰다.

전세물량의 폭증과 더불어 전세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9월 넷째주(9월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8% 떨어져 전주(-0.16%)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다.

전세품귀를 귀에 못이 막히게 들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전세공급의 급증 소식이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공급의 폭증과 전세가격의 하락은 가뜩이나 악재로 가득한 부동산 시장에 설상가상의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역전세난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주택가격의 급락을 견인한 요인 가운데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전세난인데, 역전세난이 펼쳐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유주택을 급매나 급급매로 시장에 던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장이 서게 되고 대세하락의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진다.    

◆ 무주택자라면 인내해야 할 시기

위에서 살핀 것처럼 거래량, 경매시장의 흐름, 전세시장의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대세하락장이 얼마나 갈지, 낙폭은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무주택자라면 인플레이션율, 금리의 추이, 고용지표, 거래량, 전세지장의 동향 등을 면밀히 주시하며 긴 호흡으로 시장을 관찰할 타이밍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