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과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두고 충돌하는 등 오랫동안 이어져온 애플-TSMC 동맹에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이 TSMC에 의존하던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다각화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로서는 큰 수주 기회를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기회 오나, 애플과 TSMC 반도체 동맹 균열 조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애플과 TSMC 동맹 균열에서 파운드리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29일 대만 IT매체 이코노믹데일리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TSMC의 파운드리 가격 6~9% 인상안에 반발하며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재료와 물류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을 고객사에게 전가하려 했던 것인데 애플이 이를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TSMC가 이미 경쟁사보다 20%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가격 인상에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TSMC도 결국 애플의 반발에 가격 인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9월16일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 때문에 애플은 계속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TSMC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 시도는 애플의 수익성 강화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애플이 다른 부품협력업체들과 계약 관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TSMC와 관계에서는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애플의 M1~M2 칩, A16바이오닉 칩 등 주요 칩들은 모두 TSMC가 독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제품의 주요부품을 2~3곳의 업체로부터 나눠받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3곳이며 카메라모듈은 LG이노텍과 일본 샤프가 나눠 공급하고 있다.

과거에는 TSMC 외에도 아이폰 모바일 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에서 공급하기도 했다.

애플은 2015년 아이폰6S의 AP를 삼성전자와 TSMC로부터 절반씩 공급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모바일 프로세서가 성능과 전력효율 등에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자 다음 아이폰 모델부터는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생산을 맡기지 않았고 이와 같은 상태는 현재까지 7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TSMC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가격협상력 확보 차원에서도 AP 공급망을 다각화할 필요가 커졌고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TSMC의 지역적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아레테리서치는 “애플 등 기업이 대만에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려면 TSMC의 미국공장 투자가 단기간에 완성되도록 도와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대만 이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장을 통해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기회 오나, 애플과 TSMC 반도체 동맹 균열 조짐

▲ 애플과 TSMC가 반도체 공급 가격을 두고 충돌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새로운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7년 전과 달리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선두 TSMC의 기술 격차는 많이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5나노에서 초반 수율(완성품 가운데 양품 비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업계 표준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안정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2년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과 점유율 확대 원인을 두고 “삼성전자는 기존 6~7나노 공정에서 4~5나노 공정으로 생산능력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활용해 3나노 양산을 시작하면서 일부 기술에서는 TSMC를 앞서 나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5나노는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성능이 뒤처졌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나노는 우리가 TSMC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3나노 공정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애플은 파운드리업계에서 가장 큰 고객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은 현재 30%포인트 이상 벌어진 TSMC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격차를 확실히 좁힐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애플을 고객사로 노리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과거 애플에 반도체 완성품을 공급했던 인텔도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다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인텔 경영진은 애플과 다시 협력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인텔 수석부사장 겸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장(CCG)인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는 27일 인텔 본사에서 열린 ‘2022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 나와 “애플을 다시 고객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