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와 경제] 배산임수와 장풍득수, 그리고 삼성그룹 태평로 사옥

▲ 삼성그룹 태평로 사옥. 태평로는 조선시대 숭례문(남대문)을 통해 도성 안팎으로 출입하던 모든 인마와 물산이 통행하는 대로였다. 태평로가 큰 물이 흐르는 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풍수지리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바람과 물과 땅의 이치입니다. 삶터의 기운에 미치는 산의 영향이 지대한데, 산수지리라 하지 않고, 풍수지리라 합니다.

산은 바람의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바람을 막기도하고, 가두기도 하며, 또는, 바람의 흐름을 거세게 만들고, 평온하게도 만듭니다. 그리고 이 바람이 삶터의 기운, 에너지에 영향을 주기에 바람을 중시합니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은 땅의 기운을 흩어지게 만듭니다. 산은 거센 바람을 막아줍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터는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잘 모이니 사림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풍수지리를 공부하지 않은 분들도 많이 아는 풍수지리 용어가 있습니다. 배산임수란 말입니다. 이 말은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다는 뜻이며, 풍수학에선 배산임수의 터가 좋은 삶터라고 봅니다.

뒤에 산이 있으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줍니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니, 전후좌우 사방에 산들이 솟아올라 빈틈이 없어야 터의 기운이 온전하게 유지됩니다. 산과 산이 떨어져 있으면, 산 사이의 빈틈으로 바람이 몰아쳐 터의 기운을 흩어지게 하며, 나쁜 기운도 들어옵니다.

산들이 빈틈 없이 솟아 있어도, 산봉우리 사이가 너무 깊게 움푹 들어가 있으면, 그리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나쁜 기운이 들어옵니다. 그로 인해 간간이 흉한 일이 생깁니다. 서울의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가 그렇습니다.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는 봉우리 정상보다 낮은게 당연하지만, 너무 낮으면 안 좋으며, 지나치게 낮은 것을 요풍이라 부릅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요풍 때문에도 많은 국난을 겪었습니다.

터를 둘러싼 산들은 위치에 따라, 주산 청룡 백호 조안 등으로 불리웁니다. 주산은 터의 뒤에 있는 산입니다. 주산을 등지고 앞을 볼 때, 왼쪽의 산은 청룡, 오른 쪽의 산은 백호라 부릅니다. 앞쪽의 산은 조안이라 부르는데, 가장 가까이 정면에 나지막하게 솟아오른 산을 따로 안산이라고 하며, 안산 뒷쪽이나 양 옆에 있는 산들은 모두 조산이라 합니다. 

삶터 주위의 산들은 바람을 막고 터의 기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또 산들이 지닌 고유의 기운은 터의 기운 일부가 됩니다. 좋은 형상의 산은 좋은 기운을 보태고, 나쁜 형상의 산은 나쁜 기운을 보탭니다.

물은 산과 다르게 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기운을 보호하고 모아줄 수 있습니다. 어떤 물은 기운이 모이는 데 도움을 주고, 어떤 물은 기운을 흩어지게 합니다. 물은 또 산처럼 자신의 기운이 있으며, 이 기운도 터의 기운 일부가 되는데, 나쁜 물은 나쁜 기운을, 좋은 물은 좋은 기운을 보탭니다.

산은 단정하고 반듯해야 좋은 기운이 서립니다. 흐르는 물은 터를 다정하게 감싸주 듯 감돌아 흘러야 좋은 기운이 서리며, 터의 기운을 잘 모아줍니다.

반대의 형태면 나쁜 기운이 서리고, 터의 기운도 흩어집니다. 호수나 연못처렴 모이는 물은 앞과 양 옆 어디에 있어도 좋으나, 앞에 있는 게 가장 좋습니다. 또 물은 깨끗할수록 더 좋은 기운이 서리며, 탁할수록 더 나쁜 기운이 생깁니다.

풍수학에선 산의 형태를 동양 역철학의 5행에 맞춰, 크게 수 화 목 금 토 다섯 종류로 나눕니다.

물결처럼 기다란 산은 수성, 불꽃처럼 뾰족한 산은 화성, 나무처럼 타원형으로 우뚝 선 산은 목성, 둥글게 생긴 산은 금성, 네모나게 생긴 산은 토성, 이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이 5성 중 두세 가지 형태가 합쳐진 모습의 산들도 많습니다.

5성의 산 중에서 토성의 산, 그리고 네모난 토성과 금성이 합쳐진 너부죽하고 둥그런 형태의 산에는 큰 재복, 물산의 기운이 있습니다.

주산이 토성이거나 토성과 금성이 합체된 형태이며, 앞의 안산도 그렇거나, 청룡 백호에 그런 형태의 산이 있는 터에선 재복, 물산의 기운이 발휘되어 부를 크게 이룹니다. 금성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산과 토성이 합체된 형태의 산에도 재복과 물산의 기운이 있습니다.

좋은 물에도 재복과 물산의 기운이 서립니다. 좋으면서도 큰 물이 있는 터에서는 큰 부를 이룹니다.

주산이 토성이거나 토성과 다른 형태의 산이 합체된 형태이며, 크고도 좋은 물까지 있는 터에서는 아주 큰 경제력이 발휘됩니다. 이런 터들이 우리 국민 모두 다함께 복된 삶을 누리는 데 쓰이면 참 좋겠습니다. 언젠가 그리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좋은 터를 명당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살기에 좋은 터는 양택명당, 좋은 묘지터는 음택명당이라고 합니다. 명당 중엔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주고, 큰 물은 없는 터가 있는데, 이런 곳을 장풍국이라고 합니다.

또, 큰 물의 물가에 자리한 명당도 있는데 이런 명당은 득수국이라고 합니다. 장풍국과 득수국의 특성을 다 갖춘 명당들도 있습니다.

대체로 장풍국의 명당보다는 득수국의 명당에 큰 재복과 물산의 기운이 있지만, 장풍국 중에도 큰 경제력을 발휘할 명당들이 있습니다. 토성이나 토성과 다른 형태가 합체된 모양의 산들이 많은 명당에선 큰 물이 없어도 경제력이 크게 흥성할수 있습니다.

또, 큰 물이 없는 장풍국의 명당에서 큰 도로가 큰 물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큰 대로에 사람과 차가 많이 오가는것은 큰 물이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큰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라 큰 물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은 증조부 산소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회장 증조부의 산소터는 어느 스님이 잡아주셨는데, 스님은 '이 터의 정기로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 국부가 나올 것'이라고 하셨답니다. 이 산소터는, 근처에 물이라곤 작은 샘에서 흘러나오는 물밖에 없는 전형적인 장풍국의 명당입니다.

삼성그룹 본사는 오랫동안 태평로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태평로는 조선시대 남대문을 통해 도성 안팎으로 출입하던 모든 인마와 물산이 통행하는 대로였습니다.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매일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왕래합니다. 이 태평로가 큰 물이 흐르는 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