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농심 라면값 인상 총대 메다, 목 마른 자가 우물 판다

▲ 라면 시장 1위 농심이 라면과 스낵 값을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 비치된 농심 신라면.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라면 시장 1위 농심이 라면과 스낵 값을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라면은 지난해 8월에 이어 1년 만에, 스낵은 지난 3월에 이어 9개월만에 또 인상을 단행한다는 이야기다. 

라면업계 2위 오뚜기와 3위 삼양식품은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여론 향배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농심의 라면값 인상을 필두로 식료품 값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인지 매체 보도의 댓글에는 농심을 비난하거나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농심이 총대를 매는 이유를 찾다보면 목 마른 자가 결국은 우물을 판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지난 2분기 농심의 연결기준(해외법인 포함)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6%나 감소했다.

특히 국내사업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별도기준(해외법인 미포함)으로는 영업적자를 냈다. 분기 기준으로 농심이 국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4년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이 고꾸라진 것은 라면 원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백분(밀가루)와 팜유 가격 상승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상황이 비슷할까?

삼양식품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3%, 영업이익은 92%나 급증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오뚜기의 매출은 18%, 32% 증가했다. 두 회사의 실적은 양호하다.

이들은 농심과 어떤 점이 다를까?

농심의 제품별 매출비중(상반기 기준)을 보면 라면이 78.9%를 차지한다. 스낵은 14.2%다. 둘을 합치면 93.1%에 이른다.
 
삼양식품은 라면 비중이 압도적인데 라면과 스낵을 합하면 97.9%다. 농심과 거의 비슷하다.
 
라면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운데 소맥분(밀가루) 비중은 62%, 팜유는 19% 가량이다. 두 가지 재료가 81%를 차지한다.

그런데 특히 이 두가지 원재료의 국제시세가 올해 1분기 무렵부터 급등하여 2분기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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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맥 국제시세 추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농심과 삼양식품 모두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 게 맞다.

그런데 두 회사의 사업구조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바로 수출비중이다.
 
농심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삼양은 지난 2018년까지만해도 내수(57%)가 수출(43%)보다 높았다. 그런데 2019년부터 역전되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수출비중이 압도적이다. 수출 대 내수 비중은 64% 대 36%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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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영식품 내수 vs 수출 비중 추이.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의 실적은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00원선을 훌쩍 넘어 뚜렷한 원화 약세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수출에서 다 상쇄하고 있다.
 
농심은 판매물량이 증가해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원재료 부담을 그대로 다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원재료 가격 자체가 오른데다 환율마저 불리하게 작용하다보니 급기야 국내사업적자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수출 증가와 수출제품 판가인상에 더해 환율의 도움까지 받다보니 실적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 호조세는 불닭면이 이끌고 있다. 수출제품에서 불닭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1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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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 제품별 수출 비중.

그러면 오뚜기는 농심과 비교했을 때 왜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을까?

두 회사는 제품 포트폴리오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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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 2022년도 상반기 매출 비중.

오뚜기의 상반기 매출액을 보면 라면과 같은 면제품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의 매출이 건조식품, 양념소스, 유지류, 기타 농수산가공식품류로부터 골고루 발생하고 있다.
 
오뚜기도 밀가루 등 국제곡물이나 팜유 가격 인상의 악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농심보다는 훨씬 덜하다는 이야기다. 면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군은 판매가격 인상으로 제조원가 부담을 상당부분 덜었다.  

농심은 삼양식품과 비교하면 수출비중이 현저하게 낮고 오뚜기와 비교하면 라면 비중이 현저하게 높다. 이런 사업구조가 2분기 실적 차이를 만들어 낸 주원인이다.
 
농심이 제품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2분기 실적발표 당시 국내 사업 적자 전환을 강조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회사가 공시하는 반기 사업보고서에는 국내 사업 영업손익을 따로 공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의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분석은 과도한 것 같다.
 
우선 반기 사업보고서에 국내사업 영업손익이 따로 공시되지 않는다는 지적부터가 틀렸다.

연결재무제표 손익계산서에는 해외법인의 실적이 포함된다. 반면 별도재무제표(국내 본사의 단독재무제표)에는 내수 실적과 본사가 수출한 실적만 포함된다.

농심은 수출비중이 낮다. 따라서 반기 보고서에 공시된 별도기준의 영업손익은 대부분 농심의 국내부문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기보고서에서 국내 사업 실적을 따로 공시하지 않는데도 구태여 실적발표 공개시 국내 사업 적자를 강조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옳지 않다.
 
다만 국내 사업 적자전환이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 명분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단순한 이익감소였다면 1년만에 라면값을 10% 이상 또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3월에 이어 6개월만에 스낵값까지 인상하는 상황이다.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라면 인상에 곧바로 동참하지 못하는 것은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농심처럼 실적 악화라는 명분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농심이 명분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가격인상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우선 소백분과 팜유 등의 국제시세가 3분기 들어 하향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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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맥과 팜유 국제 시세 추이.

국제 시세와 국내 제조업체의 원가반영 시점 사이에는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1분기와 2분기의 국제 시세 상승은 각각 2분기와 3분기의 제조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3분기 안정적인 시세는 4분기 제조원가 부담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즉 라면값을 올리지 않더라도 업계 이익은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 4분기에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심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도 마찬가지다.

농심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 전 시점에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작성된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농심 실적은 3분기부터 개선흐름이 뚜렷해진다. 2분기 영업적자를 낸 국내 사업도 흑자로 돌아선다. 

국제 원자재 가격 때문에 3분기 이후에도 실적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실적회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됨에도 라면값을 올리는 게 타당하냐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물론 증권사의 추정과 회사 내부에서 판단하는 미래예측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