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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순 Global Watch] 유럽경제 거시지표 먹구름, 독일은 어디로 가나

이공순 northtown@naver.com 2022-08-22  09: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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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순 Global Watch] 유럽경제 거시지표 먹구름, 독일은 어디로 가나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8월19일(현지시각) 도네스크 지역 전선에서 전차에 포탄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책들, 특히 대러시아 관련 제재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다. 흔히 지적되듯이, 제재를 당하는 러시아보다 제재를 가하는 유럽에 더 손실이 크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럴 줄 몰랐기 때문에, 혹은 숭고한 도덕적 인도적 사명에 넘쳐서, 혹은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안보 위협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들이 뒤따른다.

그러나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불가피한 일이었다.

차라리 지금 전쟁 핑계를 대고 대놓고 체제 전환을 하는 것이 지배층에게는 훨씬 유리한 일이다. 인도주의,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대중들이 정치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다음 차트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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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무역수지 추이. (단위 : 백만 유로)

독일 산업의 경쟁력, 특히 기계와 화학 산업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장기 추이를 보면, 1970년대 초반 globalization이 시작된 이후, 독일의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를 구가했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독일 통일과 유럽공동체(EU)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독일의 무역수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독일의 부, 독일 노동자들의 고임금의 원천이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화폐(유로화)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독일의 천문학적 무역 흑자는 독일 내수가 충분치 않거나, 혹은 독일의 화폐 가치가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독일의 무역 흑자는 지난 2016년을 고비로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훨씬 이전에 시작된 일이다.

또한 코로나와도 무관하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봉쇄 시기 일시적으로 독일 무역 흑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회복기에도 다시 전고점을 넘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더 빠르게 감소 중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탓도 있다(에너지 수입 가격의 상승. 독일의 올해 천연가스 평균 수입 가격은 지난 2010~19년 사이의 평균 가격보다 10배가량 더 높다).

그러나 전쟁 이전에 이미 감소 추세는 본격화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및 자본수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일국의 자금 유출입 현황) 추이를 보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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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경상수지 추이. (단위 : 백만 유로)

놀랍게도 독일의 경상수지는 지난 6월에는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폭의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해외직접투자 항목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 내에 투자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독일은 지난 2016년 이후 흑자폭이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 결정적으로 2021년 3월부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독일의 무역수지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짧은 두 번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흑자였다. 하지만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독일은 1970년대 거의 전부와 1990년대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나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당장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무역수지는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또는 그 같은 변화의 결과이며), 경상수지는 인플레이션률과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자본이 빠져나가면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

무역수지 관점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곡점은 2016~17년이었다.

brexit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럴까? 그러면 영국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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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무역수지 추이. (단위 : 백만 파운드)

영국은 지난 1970년대 이후 거의 무역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나라다.

유일하게 1980년대 중반 한때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때가 마거릿 대처의 집권기였다.

대처가 과연 영국병을 치유하고 정책을 잘 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처가 정권을 잡기 3년 전인 1976년 영국은 IMF 구제 금융을 받는다.

무역 적자에 자본 유출이 극심해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폭등했으며,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 할 수 없이 IMF에 손을 벌렸다. 그 때까지의 IMF 구제 금융 중에서 최대 규모였다.

대처가 한 것은 IMF가 구제 금융 조건으로 내건 정책들을 국내에 강제한 것뿐이었다(여기에 요행히 북해 유전이 마침 개발됐다).

대처 집권기에 영국에서 벌어졌던 일은 한국의 지난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기와 거의 동일하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한데, 그것은 대처의 노동시장 구조조정이 한국보다도 더 가혹했다는 것과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산업 경쟁력은 결국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영국의 무역수지는 다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국은 다시 국내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노동자 계급에게 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고 정치적으로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것이었다(전쟁 같은 비상상황을 강제하지 않는 한).

결국 대처는 1990년 사임한다. 대처가 사임할 당시 영국은 대처 집권 직전보다도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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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GDP 대비 경상수지 흑/적자 추이. (단위 : %)

영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추이를 보면, 대처가 됐든 블레어가 됐든, 지난 1950년대 이후이 장기적 하락 추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은 망해가고 있는 중이며, 과연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위의 차트에서 마지막 저점이 2016년이다. brexit를 기점으로 영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폭은 약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에 이미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한 나라에서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것은(경상수지 적자), 국내에서 투자할 자본이 부족해지고 생활수준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이 완전히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1970년대 말의 IMF 구제금융 때와 같은 정도의 국내 소비 억제책(임금 하락책)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과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그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으로는 대단히 입 맛 없는 길이다.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보수당원들이 리즈 트러스를 택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트러스는 지금의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전쟁'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전시경제'(결국 최종 도착지는 수낙과 동일하다)를 수행하려고 한다. 즉, '전쟁'은 정치적 커버다.

그래서 영국은 전쟁이 지속되고 심지어는 더 확대되기를 원한다.

지난 3월 말 터키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내부적으로 합의한 휴전안을 좌초시킨 것도 영국이었으며, 영국의 영향력이 강한 폴란드와 발틱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이 러시아를 계속 도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거시 지표를 보면, 왜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거의 수입하지도 않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다른 유럽 대륙 국가들보다 더 높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 때문이 아니다.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자본이 유츌되어 상품 생산을 위한 투자가 누적적으로 부족해진 결과이며 환율이 하락한 결과이다.

만일 영국이 생산을 늘릴 수 없다면(생산이 증가하면 물가는 하락한다), 영국은 소비를 줄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어디선가 약탈해와야 한다(영국 제국주의는 1차 대전 이후에는 '생산 확대'가 아니라 약탈로 해결했다. 따라서 제국이 사라지자 산업도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거시 지표를 보면, 영국 정보부와 군부가 왜 그렇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프로파갠더에 앞장서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전쟁이 없다면, 정부는 재정 긴축을 할 수밖에 없으며, 군사비가 그 첫 번째 항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기 밥줄이 걸린 문제다.

보는 김에 이탈리아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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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무역 수지 추이. (단위 : 백만 유로)

이탈리아는 지난 2000년 이후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는 이탈리아가 과소비를 했거나, 혹은 통화가치가 이탈리아 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다는 뜻이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이른바 '테크노크라트' 내각이 들어선 이후에 이탈리아의 무역수지는 개선되기 시작하는데, 부분적으로는 유로화 약세(ECB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와 부분적으로는 재정 긴축을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탈리아에서 아무 정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테크노크라트 내각이 들어선 이유였다.

재정 긴축을 시행하면, 특히나 이탈리아 같은 정치적 조건에서는 그 정당은 선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어떤 정당도 감히 재정 긴축에 나설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재정 긴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2011년 베를루스코니의 운명이 보여줬다(베를루스코니는 EU가 요구하는 재정 개혁안에 저항하다가 실각했다).

테크노크라트 내각은 이 같은 교착 상태에 대한 절충책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가 총리직에서 사임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절충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위의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탈리아는 다시 무역 적자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이미 전쟁 전에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이탈리아의 무역수지 추이는, 그리고 경상수지 추이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유력한 다음 집권 후보인 우파 연합(이탈리아 형제당, 북부동맹,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의 힘)이 긴축을 시도할 정당들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집권을 목표로 나섰다는 것은 유로화 약세(심지어는 위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유일한 해결책은 독일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인데(미국이 전 세계의 소비 시장 역할을 했던 것처럼, 독일이 유럽 내에서 그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이는 전혀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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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경상수지 추이. (단위 : 백만 유로)

유럽을 설명할 때 가장 난감한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는 유로존 설립과 EU 결성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덕을 보았지만, 무역수지는 2000년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즉 프랑스는 내수가 과대 성장했거나 혹은 통화 가치가 너무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런데도 프랑스의 인플레이션률은 상대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낮다. 대러시아 에너지 익스포저가 낮은 탓도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를 해외에서의 자본 유입으로 막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인이다. 프랑스 무역수지 추이는 상당히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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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무역수지 추이. (단위 : 백만 유로)

프랑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이미 급격하게 무역수지가 악화되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2016년이 그나마 고점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유로화 지역의 경상수지 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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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화 지역 경상수지 추이. (단위 : 10억 유로)

금융 위기 이전에는 플러스 마이너스를 오가다가 2011년 유로존 부채 위기 이후부터는 경상수지가 개선되었다. 2018년이 경상수지 흑자폭이 가장 컸다. 그 이후에는 유로화 약세에도 불구하고(또는 약세 때문에) 경상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유로존에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유로화 약세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유로화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본 유럽의 거시 지표들은 지난 2016~18년 사이에 유럽에서(영국을 포함) 경제 구조에 뭔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 경제 시스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을 시사한다. 어떤 변화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간단하게는 중국에 대한 유럽의 산업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유럽은 약화되고 있으며, 유로존은 '통합'이 다시 의문시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EU가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EU 전체의 경상 수지는 악화되지 않았다. 이는 유럽에서의 주도권이 기존의 프랑스 독일에서 다른 국가들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그래서 다음 질문. 자, 그럼 독일은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독일이 기존 산업 체제를 그리고 그 산업 체제에 대응하는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타협체제(이른바 사회조합주의 국가)를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은 어떤 빅 픽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나 갖고 있기는 한 것일까? 독일의 삼색 연정(사민, 녹색, 자민)이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의심스럽다. 이공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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