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중국, 미국 인플레 완화법에도 친환경산업 주도 자신감

▲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친환경 관련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6일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최대 74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이 시행됐다.

이 법안은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춘 기업들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증권사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세계 친환경 산업 가치사슬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 견제

19일 국연증권의 ‘친환경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이 실시됐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등 산업에서 중국의 의존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현지시각으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효력이 발생했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광물 가운데 40% 이상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수입하는 기업만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7년에는 80%로 기준이 강화된다.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의 50%는 미국에서 생산 또는 조립되어야 하며 이런 기준도 2029년에는 100%로 변경된다.

미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법안을 추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연증권은 배터리 원재료 등 가치사슬에서 중국이 이미 주도적 입지를 확보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이런 시도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은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 및 가공 부문에서 주도적 입지를 확보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국연증권은 특히 생산능력 측면에서 중국이 전 세계 양극재 생산량의 42%를, 음극재 생산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10% 미만의 비중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소재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 분야에서도 미국이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배터리 수출 국가로 자리잡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간에 미국에서 공급망을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포함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확대 정책도 중국 기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동해증권은 미국 태양광 산업이 중국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중국 업체들에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동해증권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태양광 제품 수출이 늘어날 지 여부는 미중 무역 관계 변화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차이나in리포트] 중국, 미국 인플레 완화법에도 친환경산업 주도 자신감

▲ 왕즈강 중국 과기부 부장(오른쪽)이 13일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 본사에 방문해 쩡위췬 CATL 회장(가운데)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중국이 미국 친환경 산업 진출 확대되는 계기 될 수도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반대로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 회사와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진출하거나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미국에 수출을 한다면 미국 정부가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린보창 샤먼대학 중국에너지정책연구원 원장은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의 영향을 장기적 시점에서 본다면 결국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해외 생산 규모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도 당분간 미국의 정책 변화에 수혜를 볼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6월부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강화를 위해 동남아 4개국의 태양광 패널에 부과하던 관세를 2년 동안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을 미국으로 우회해 수출해 왔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태양광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이는 결국 중국 업체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린보창 원장은 “세계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원과 원가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한 국가 또는 지역이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일이 효율적"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친환경 산업을 주도하는 흐름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완화법안의 이름과 달리 중국을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에 따라 미국 내 소비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