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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나이 오십엔 춤 선생이 꿈

캐나다홍작가 skkhong2@gmail.com 2022-08-19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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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나이 오십엔 춤 선생이 꿈

▲ 여름 내내 다양한 무료 축제가 열리는 캐나다, 소규모 댄스 파티. <캐나다홍작가>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첫 칼럼을 통해, 건강상의 이유로 미세먼지를 피해 캐나다 이민을 가느라 돈 부자 되기를 포기하고 시간 부자인 조기 은퇴자의 삶을 택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 없이 놀고 쉬는 시간 부자의 삶도 잘 누리려면 요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돈에 관해서이다. ‘잘 쉬고 잘 놀려면 꼭 돈을 써야만 할까?’ 수백억 자산가로 은퇴한 극소수에게는 이 질문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호화롭게 플렉스를 즐겨도 은퇴자산이 불안해질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소박한 조기 은퇴자들이라면 저 질문에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경험이나 상식이 필요하다. 

5억 정도로 은퇴한 필자와 같은 소박한 조기 은퇴자들도 저 은퇴자금을 계속 까먹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생활비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두는 편이다.

그래도 검소하게 생활하며 생활비 중 일부를 계속 여유자금 및 재투자 자금으로 돌릴 수 있다면 경제 안정성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지내기 위해서는 은퇴 후 크게 늘어난 여가 시간 보내기가 생활비를 축내는 주원인이 되게 둘 수 없다. 

다행히 시대가 좋아져서 요즘은 큰돈 안들이고도 취미생활이나 사교모임이 쉬워졌다. 월 만 원 전후로 무제한 영상 시청이나 독서가 가능한 플랫폼들이 늘고 있고 무료 콘텐츠들도 많다. 문화센터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거의 무료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은퇴 후 잠시 살았던 서귀포나 지금 지내는 캐나다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특히 캐나다는 이민자를 위한 무료 취미 프로그램, 무료 영어 수업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통해 지금껏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수영, 헬스, 요가, 줌바, 각종 댄스, 골프, 당구, 탁구, 테니스, 그림, 각종 소품 만들기, 산책, 캠핑 등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모두 무료로 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배운 솜씨를 살려서 지역 모임에서 무료벽화 그리는 봉사도 하고 그림을 지역 전시회에 걸기도 했다. 정보가 다 공개되어 있는 세상이니 조금만 손품을 팔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생각보다 많다.

둘째는 은퇴 생활을 즐기며 살 지역에 관해서이다. ‘은퇴 뒤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직장생활 할 때 살기 좋은 곳과 은퇴 후 살기 좋은 곳은 다를 수 있다.

은퇴 뒤에 주거비 비싼 대도시를 떠나 한적한 소도시로 이사 가는 것은 원래 은퇴자들이 흔히 해온 자산 활용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반 시설도 약하고 폐쇄적이라 텃세가 심한 시골로 가야만 은퇴 이사가 아니다. 요즘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문화적 프로그램도 많으며 자연경관도 좋은 소도시들이 꽤 늘고 있다.

이런 곳에 살면서 주위 공원이나 바닷가 등으로 자주 산책 다니는 것도 큰돈 안들이고 일상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적은 자산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중진국이나 노후 복지가 잘 갖춰진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나이 오십엔 춤 선생이 꿈

▲ 동네 공원에서 카누와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캐나다홍작가>

필자도 조기 은퇴 후에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잠시 살다가 캐나다 동부 소도시로 이민을 갔다. 자료조사를 많이 해서 고르고 고른 지역이었기 때문에 두 곳 모두 만족하며 여유롭게 지내기에 적합했다.

서귀포 신시가지는 신도시답게 깔끔하고 자연환경도 좋았다. 캐나다 PEI(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는 은퇴이민자들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두 지역 모두 원하는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곳을 찾고 찾아서 이사나 이민을 온 이들이 많기에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 프로그램들도 다양했다. 마음 잘 맞는 지인들을 만나기도 쉬웠다. 비슷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그럴 만한 공간에서 모이게 되는 이치이다.

내가 만일 이주자나 이민자에게 폐쇄적인 사람들 위주인 동네, 문화 프로그램이 적은 지역, 경관도 특별할 것 없는 동네에서 살았더라면 은퇴 후 여가 즐기기가 지금보다 어렵고 꽤 돈 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철없을 어릴 때 만나서 억지로 이어가는 교우관계와 달리, 마흔 넘어 한층 현명해진 기준으로 택한 새로운 지인 관계는 더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니 은퇴 뒤 거주지를 옮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먼저 가져보길 바란다. 은퇴 전부터 은퇴 뒤 살 만한 곳에 대해 미리 조사해서 휴가 때 여행을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기 은퇴 뒤 여유로울 일상에 대한 기대감이 일에 지친 나를 보듬는 위안이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소비를 할까말까 망설여질 때 자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셋째, 은퇴 뒤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와의 연결망을 이어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은퇴 뒤 자기만의 섬에서 고독을 즐기는 게 휴식일 때도 있겠지만, 사회와의 관계가 갑자기 뚝 끊긴 듯한 공허감에 무력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본인이 원한다면 사회적 연결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자기 인생 얘기를 글로 써서 무료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쉽게 나눌 수도 있고, 춤이나 노래를 배워서 아마추어 공연을 해볼 수도 있고, 특기를 더 다듬고 살려서 취미반 수업을 하며 봉사를 다닐 수도 있다. 열정이 크면 큰 성과를 내고 사회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단 이런 활동에 은퇴 전처럼 경쟁하고 이기고 치열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꼭 기억해 두자. 우리가 은퇴 뒤까지 그렇게 살려고 조기 은퇴를 꿈꾸는 게 아니지 않은가. 퇴직하고 새로 차린 회사로 세계 1위가 되었다는 식의 새로운 사업 신화를 쓰려는 게 아니라면, 쉬고 놀고 성찰하고 사색하는 일, 천천히 여유롭게 지내는 일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문화 활동, 취미 활동으로 큰돈 벌 생각을 하면 재미는 반감되고 의무감만 늘어서 별로일 것이다. 생활비 파이프 라인은 다른 안정적인 곳에서 만들어 두고 취미는 취미답게 즐기길 바란다. 

나는 여러 취미 활동 중 라틴 댄스에 대한 열정이 컸다. 십수 년 전에 ‘댄싱 위드 더 스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라틴 댄스가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심장 두근대는 일이라면 언젠간 나도 저걸 하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은퇴 뒤 무료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기를 익혔고, 추가로 월 10만 원 정도를 더 들여서 사설 학원에도 다니는 중이다. 요즘은 캐나다의 큰 춤 경연대회에 아마추어 팀으로 출전할 공연 준비도 하고 있다. 나이 오십에는 영어 잘하는 멋진 춤 선생이 되어 노인센터나 이민자센터에 자원봉사를 다니겠다는 꿈도 생겼다. ‘댄싱 위드 더 스타’ 속의 화려한 셀럽들만큼은 아니어도 내 인생 중년기를 훈훈하게 빛낼 하나의 별을 찾은 것이다.

요즘 춤을 본격적으로 배우긴 하지만 그렇다고 은퇴 전 일하던 때처럼 빡빡한 스케줄표를 짜고 대단한 목표를 세우고 검토하는 식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춤 외에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자잘한 것들이 많고, 때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 찬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을 때면 춤 수업을 빼먹고 도시락 싸서 드라이브 가기도 하고, 낮잠을 자느라 미루기도 한다.

이렇게 느슨하게 굴어도 별일이 없다. 이리 한가하고 여유롭게 내 마음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은퇴 전 하는 일과 은퇴 뒤 하는 일의 가장 큰 차이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조기 은퇴한 시간 부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한국은 휴가에 박하고 여유를 즐기는 것을 존중하는 데에 인색한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수십 년 물들어 살다 보면 쉬고 있는 자신이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계속 무슨 일이든 벌여야만 잘살고 있는 것 같은 강박이 생길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쉬는 날 거의 없이 주 100시간 이상씩 일하던 서울 목동 입시 강사였고 은퇴 후 약 1년간은 느린 삶에 어색해하는 과도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은퇴 5년 차인 지금은 느리고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재미로 가득 찬 이 조기 은퇴자의 일상을 당당히 즐기고 있다. 바쁘게 지내야 직성이 풀리던 한국에서의 내 삶은 본성이 아니라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밴 습관에 불과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지금의 바쁜 삶에만 푹 절여져 중년을 끝내지 않기를, 지치고 지쳐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로 허망해진 끝에서가 아니라 더 일찍 현재와 미래 계획을 조정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은퇴를 위한 자금으로 얼마를 원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더 할지, 그래서 시간 부자의 삶을 언제 어떻게 누릴지를 계획하고 구상하는 데에 재미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매일매일이 휴가인 삶, 시간 부자의 혜택을 즐기고 누리는 삶, 다양하고 알찬 여가를 누리면서도 언제든 쉬고 멈추고 조정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 화려하게 플렉스는 못 해도 소소하고 한가하게 지내는 소박한 조기 은퇴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캐나다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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