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곽노정-노종원 체제 반 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잡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곽노정-노종원 사장체제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개발과 제조, 노종원 사장은 투자 등 경영전략을 분담하며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26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2022년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분기 기준 사상 매출을 올린 데다 영업이익률은 30%로 역대급의 성과를 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2019년 10.7%, 2020년 15.71%, 2021년 28.86%였던 것을 고려하면 D램 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3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력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의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10나노급 4세대(1a) D램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는데 올해 상반기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4세대 D램은 3세대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약 25%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의 핵심 요인이 된 셈이다.

올해 초 SK하이닉스 대표로 신규 선임된 곽노정 사장은 ‘수율은 곧 경쟁력’이란 지론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곽 사장은 2019년부터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을 맡아 D램과 낸드플래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를 인정받아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곽 사장은 2021년 1월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 생산기술의 총합은 수율로 정의할 수 있다”며 “수율을 업계 최고(Best In Class)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곽 사장이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은 업황에 맞춰 투자와 비용 지출 등을 결정하며 경영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키파운드리 인수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노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임원인사에서 SK하이닉스 최연소 사장(1975년 출생)으로 발탁됐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2021년 말 인수한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이날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대비 ASP(평균판매단가)는 하락했지만 출하량 증가와 달러 강세 효과가 이를 상쇄했다”며 “최근 인수한 솔리다임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곽노정-노종원 체제 반 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잡았다

▲ SK하이닉스에서 인수한 인텔의 중국 대련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곽노정-노종원 사장 체제는 현재 불안정한 반도체업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모두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곽노정 사장의 기술역량 리더십 발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미국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보다 먼저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데 이어 또 다시 한발 앞서나간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 소식을 주목하고 있지만 각자의 템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플래시의 연내 시험 생산을 완료하고 2023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노종원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애초의 설비투자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노 사장은 올해 1분기 때만 해도 “최근 서버용 제품 수요가 커지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시황은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지만 고객사의 최근 반도체 재고 상승 등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자 2023년 설비투자를 상당 폭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업종 특성상 투자를 이미 진행해 공장을 가동한 상황에서는 생산량을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노 사장은 반도체업황 변화에 맞춘 몇 가지의 설비투자 시나리오를 만들어 놨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도 준비해뒀다.

노 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전략에 관한 질문에 “D램은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만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낸드플래시는 시장 평균보다 빗그로스(비트당 출하량 증가율)를 높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면서 근본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