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중국 화장품 안방서 '대약진', K-뷰티 설 자리 좁아져

▲ 중국 화장품이 안방에서 대약진을 하고 있다. 중국 스킨케어 화장품 업체 프로야 인기 제품 루이비 세럼 광고. <프로야>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1세대 화장품 기업인 프로야(PROYA)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온라인 마케팅과 충성고객을 확대한 성과에 힘입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본토 브랜드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한국 브랜드 화장품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 '618 쇼핑데이' 중국 화장품이 장악, 브랜드 기반 충성고객 확대

27일 중국 저상증권은 프로야 기업리포트를 통해 “프로야 스테디셀러 화장품의 인기가 이어졌고 신제품 판매량도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2분기 평균 판매가격 상승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프로야를 비롯한 중국 상위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 중국 내수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며 성장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프로야는 2003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 1세대 화장품 기업으로 화장품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야는 올해 6월 중국의 쇼핑 축제 기간인 ‘618 쇼핑데이’에 중국 주요 온라인 판매채널인 알리바바와 더우인(틱톡), JD 등 3곳 통틀어 중국기업 가운데 화장품 분야 매출 1위를 보였다.

다른 중국 화장품 브랜드도 최근 온라인 판매채널에 적극적으로 진입해 스테디셀러 화장품 라인을 구축하는 데 힘쓰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온라인 판매채널은 프로야 등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판매채널로 자리잡았다. 프로야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7년 36%에 그쳤으나 2021년 85%까지 높아졌다.

2003년에 세워진 프로야는 2010년 중반까지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에 집중했지만 매출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다는 오프라인 운영 시스템의 한계에 직면했다.

프로야는 과감하게 온라인 판매팀을 재구성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면서 알리바바와 JD 등 쇼핑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중국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틱톡에서 매출을 냈고 2020년부터 틱톡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신세대 소비자층을 넓혀갔다.

2019년에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버블 마스크팩이 프로야에서 효능으로 내세운 각질제거나 클렌징과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져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도 있었다. 

프로야는 이런 상황에 적극 대응해 ‘루이비 세럼’이라는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면서 외부 기관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는 등 자체 기술력을 증명하는 데 힘썼고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경영진 대신 제품 개발 실무진을 앞세웠다.

이런 추세가 다른 중국 브랜드로 확장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이 현지 대형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채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광다증권은 “중국 본토 브랜드가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면서 쫓아오자 해외 브랜드들도 ‘618 쇼핑데이’ 등 대규모 이벤트에서 전력을 다해 할인폭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금력이 있는 중국 본토 화장품 기업들이 각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춘 소형 기업들을 인수해 종합 화장품 대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궈위안증권은 “3~5년 안에 연매출 100억 위안(약 1조9천억 원)이 넘는 화장품 그룹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이나in리포트] 중국 화장품 안방서 '대약진', K-뷰티 설 자리 좁아져

▲ 중국 색조 화장품 업체 퍼펙트다이어리 광고. <퍼펙트다이어리>

◆ 'K-뷰티' 중국과 해외 브랜드에 밀려, 치열한 경쟁에 설 자리 좁아

올해 ‘618 쇼핑데이’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어떤 채널에서도 상위 10위권 매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부분 로레알, 에스티로더, 랑콤 등 해외 브랜드와 프로야, 퍼펙트다이어리 등 중국 본토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해외 브랜드들은 수요층과 충성고객이 확실한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본토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SNP 등 한국기업들도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런 성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LG생활건강 ‘후’는 스킨케어 화장품 테마에서 매출 1위를,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해외 브랜드와 본토 브랜드의 공격적 프로모션 마케팅에 밀려나 순위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올해 ‘618 쇼핑데이’는 특히 연초 중국 코로나19 재유행과 원재료 가격 폭등 등 영향을 벗어나 기업들이 매출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면서 중국 본토와 해외 브랜드의 '혈투'가 벌여졌다.

좀처럼 세일을 진행하지 않는 해외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도 대규모 할인을 시작했다. 에스티로더는 평소 300~400위안에 구매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제품의 ‘618 쇼핑데이’ 기간 판매가격을 200위안 대로 낮췄고 키엘은 정가 300위안이 넘는 마스크팩을 100위안대로 판매했다.

중국 본토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중저가 혹은 중고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판매해 왔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할인폭을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할인폭을 확대해 ‘618 쇼핑데이’에 참전했다.

이처럼 가격 경쟁이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한국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화장품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중국의 한한령과 같은 보복조치가 시작된 데다 중국 본토 화장품 기업이 존재감을 키우고 해외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면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는 2015년부터 본토 신생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특히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통해 성장한 브랜드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립스틱 색 하나로 혹은 아이섀도우 하나로 HFP나 퍼펙트다이어리와 같은 중국 대표 색조 화장품 업체도 생겨났다.

신생 기업들은 정확한 소비자층을 노리고 제품을 출시하며 기존 본토 브랜드와 달리 마케팅 뿐 아니라 제품 성분과 효과에도 힘을 준다는 특징을 보인다.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위챗, 웨이보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채널 등을 통해서도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본토 화장품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뒤집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2010년대 후반부터는 틱톡이나 샤오훙슈, 빌리빌리 등 숏폼과 라이브커머스를 활발하게 이용해 설립 1년 만에 10억 위안 매출을 돌파한 컬러키 등 브랜드도 생겨났다.

중국의 Z세대가 기존 세대와 달리 자국산 제품 포용력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지 제품력과 소비자 신뢰도가 올라간 것이 프로야 등 본토 브랜드 성장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한국 브랜드 화장품은 그동안 탄탄한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장기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이런 장점도 앞으로는 돋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측면에서도 현지 브랜드와 비교하면 약점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1998년에 태어난 중국 소비자인 천잉린은 인터뷰에서 “중국 브랜드도 성분을 충분히 연구한 것으로 보고 사용 습관에 맞는 제품 디자인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