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주 국내 영화계에는 2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받게 됐다는 내용으로 많은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는데 CJ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씨네라이브러리)’가 8월16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었다.
[기자의눈] 문 닫는 CGV 씨네라이브러리, '제2의 미나리' 요람 사라진다

▲ CJCGV는 다음달 16일을 마지막으로 CJ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점'의 영업을 종료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대모’가 전 세계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은 시점에 공교롭게도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함께 나왔다.

씨네라이브러리는 국내 멀티플렉스 가운데 최초로 선보인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으로 CJCGV가 독립·예술영화에 쏟는 '진심'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씨네라이브러리는 영화팬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국내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 가운데 최다인 5개의 상영관을 보유해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를 하루종일 감상할 수 있으며 영화 관련 서적 1만여 권을 보유한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전국의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은 전체 3254개 상영관 가운데 69개에 그친다. 씨네라이브러리의 영업종료로 독립·예술영화의 설 자리가 더 줄어들게 됐다는 영화팬들의 푸념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독립·예술영화는 국내 영화산업에서의 존재감에 비해 상영관 할당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독립·예술영화 개봉작은 450편으로 전체 개봉작 수의 27.5%에 이른다. 관객 수는 약 423만 명으로 전체 영화관람객의 7.0%, 매출은 360억 원을 거둬 전체 영화매출의 6.2%를 차지했다.

반면 CJCGV의 전체 상영관 1312개 가운데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인 ‘아트하우스’는 20개관으로 전체 상영관의 1.5%에 그친다. 이 마저도 이제 더 줄어들게 된 것이다.

독립·예술영화의 가치는 영화산업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독립·예술영화는 일회용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미학적 가치, 창의적 표현 기법, 이질적인 사회문화 조명 등을 통해 비주류 문화예술의 가능성과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독립·예술영화 팬의 존재는 문화의 다양성 및 영화산업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독립·예술영화가 글로벌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례도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를 소재로 한 독립·예술영화 ‘미나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나리는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주연배우인 윤여정씨는 아카데미 시상식 및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시상했다.

미나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계가 활기를 잃은 가운데도 국내 관객수 113만 명을 돌파하며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때 김기덕, 홍상수 등의 예술영화 감독이 국제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적이 있다. 김기덕 감독은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 3대 영화제(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각각 본상을 받았으며,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각본상,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를 감안하면 CJCGV가 현재 시장의 논리로 독립·예술영화 전용상영관을 성급하게 줄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CJCGV로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독립·예술영화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판에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위해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CJCGV가 2019년 10월 씨네라이브러리 상영관을 독립·예술영화 전용으로 모두 전환하면서 독립·예술영화의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독립·예술영화는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한 영화로써 본질적으로 상업적 흥행과 거리가 있다. 

그동안 CJ그룹은 문화사업 육성을 통해 K-컬처를 세계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에 독립·예술영화의 거점으로 삼겠다던 씨네라이브러리의 철수 결정은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일부 영화팬들은 CJCGV의 씨네라이브러리의 운영이 원래부터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씨네라이브러리의 영사기 화질과 낡은 좌석 등 열악한 상영환경에 대한 불만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적었다는 것이다.

재계순위에서 CJ그룹보다 한참 아래인 태광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독립·예술영화 상영관 ‘씨네큐브’를 재단장하면서 독립·예술영화관 상영관 운영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