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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6월] 삼성전자가 '6만 전자'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2-06-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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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 진보성향을 띤 정부는 기업을 견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때 중요한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의 대표이사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일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데스크리포트 6월] 삼성전자가 '6만 전자'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면 보수 정권은 기업을 정치적 이용 대상으로 삼았던 사례가 많았다. 기업 역시 이런 기류에 편승해 정권의 힘을 빌려 자기 목적을 이루고자 했던 일도 빈번했다. 

과거 수많았던 정경유착 관행까지 되돌아볼 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2월6일 주요 대기업 오너경영인들이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장에 불려나가 호통을 듣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업들이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가 세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댔던 일 때문이었다. 오너 경영인들은 재단에 돈을 대고 그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자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최씨 측에 뇌물을 건낸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다. 결국 유죄가 인정돼 2년 6개월 징역살이를 해야 했다. 

이 부회장은 수감된 지 207일 만인 2021년 8월13일 가석방됐다. 권력 핵심부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셈이다.

#2. 이 부회장은 2022년 5월 다시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섰다. 그것도 냉혹한 국제정치의 한 가운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 

이 부회장은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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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5월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놓고 한국과 미국의 경제동맹을 단단히 다진 상징적 정치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득보다 오히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친기업 깃발을 내걸어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윤 대통령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삼성전자 방문은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다.

물론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와 관련해 협조를 받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로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따가운 눈초리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도 놓이게 됐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뒤 취업제한이라는 법적 족쇄에 묶여 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간절하다. 정부 정책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IPEF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이를 놓고 중국이 어느 정도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지에 따라, 삼성전자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할 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 이벤트의 전면에 나서면서 정작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3.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5월 하순 잇달아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들 기업의 앞으로 5년간 투자총액은 1천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이를 놓고 '친기업 정부가 들어서자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라는 설레발에 가까운 평가가 잇달았다.

미래 수익성과 시장 전망을 꼼꼼히 따져 투자하는 게 기업의 생리다. 정부가 출범한 뒤 보름 여만에 천문학적 투자계획이 나왔다면 이는 윤 대통령 취임과는 상관이 없거나 상징적 구호에 머물 공산이 크다.

더구나 기업들의 투자발표에는 금액과 분야만 있을 뿐 구체적 계획까지는 담기지 않았다. 이에 증시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기업들이 내놓은 투자계획에 이상한 점은 또 있다. 1천조 원이 넘는 투자계획 가운데 국내 투자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데도 말이다.

국내 정서를 의식한 정부의 정치적 압력이 기업들의 투자계획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데스크리포트 6월] 삼성전자가 '6만 전자'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공장.


주요 기업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 역시 450조 원 가운데 80%인 360조 원을 국내에 투입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사업기반을 든든히 갖춰둬 나쁠 일이야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TV에서 세계 1등이다. 우리나라 시장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삼성의 글로벌 투자 비중이 80%여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정부에선 자국 내 공급망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삼성전자의 국내 투자비중 80%는 이 부회장 사면 문제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힘든 숫자다.

#4. "숫자는 모르겠고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5월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450조 원 투자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격변하는 시기에 최고경영자로서 이 부회장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는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를 살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도 크다. 초일류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경영이 여전히 이 부회장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이 말한 '숫자는 모르겠고'와 '목숨 걸고'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총수 1인 중심 경영체제에서 속도전에 나설 때 주로 쓰이던 언어다. 이사회 중심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이뤄지는 요즘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 취임 뒤 보름 동안 이 부회장은 5번이나 윤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했다. 이 부회장이 총수 중심의 과거 경영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처럼 사면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간다면 앞으로도 정치권에 계속 휘둘릴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SK나 LG처럼 이사회 중심 경영구조를 정착시키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SK는 최태원 회장이 반대해도 이사회에서 찬성결정이 나면 투자가 집행질 정도로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췄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더 이상 삼성의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이 가야할 큰 방향만 제시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성장을 이끈다면 불확실성도 크게 낮아지고 그만큼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저평가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총수 1인에 의존하는 경영 불확실성을 꼽는 시선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삼성의 이사회 중심 경영구조 정착은 삼성전자가 '6만 전자'에서 벗어나는데도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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