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매년 5월22일을 '피자데이'라는 이름으로 기린다.

12년 전인 2022년 5월22일은 미국에서 비트코인 1만 개와 피자 두판의 거래가 성사된 날이다. 가상 자산이 실물 재화를 구매한 첫 사례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까지 살 수 있게 된 것도 피자데이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가상자산 기념일 '피자데이' 12돌, 잔칫날 억울해 우는 사람은 없어야

▲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


피자데이를 나흘 앞둔 18일, 올해도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고객에게 피자 증정을 예고하는 등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올해는 어쩐지 씁쓸하다. '한국산' 가상자산인 루나 코인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늑장 대응'으로 투자자의 피해를 키우고 100억여 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말도 나온다. 돈을 잃은 투자자는 피자데이 앞에서 허망하기만 하다.

금융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약 28만 명의 투자자가 약 700억 개의 루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가상자산 10위권 안에 들었던 루나 코인의 몰락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인도 등 전세계 각지에 있는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2년전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이 처음 결제수단으로 사용된 피자데이와 비교해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위상은 180도 바뀌었다.

각 가상자산들의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가상자산 업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뛰어난 개발능력을 지닌 젊은이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다.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가상자산의 실체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세상을 바꿀 블록체인 혁명으로, 한쪽에서는 무의미한 투기로 가상자산을 정의내리고 있다.

최근 일어난 '루나 사태'는 후자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향후 이같은 사태를 방지할 적절한 규제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 아래에서 거래소의 자금 세탁 행위만 감시할 수 있어 코인 발행사를 제재하거나 감독할 권한이 없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이번 '루나 사태'와 관련해 "가상시장시장의 신뢰도 저하와 이용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코인공개(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투자자에게 위험을 충분히 알릴 의무를 지우는 것은 업계와 당국의 몫이다.

적어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로 잔칫날 우는 투자자는 없어져야 한다.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