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연근해선사인 고려해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업계 운임담합 결정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운업계가 공정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어 고려해운은 향후 공정위의 결정에 변화가 생기길 내심 바랄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공정위 담합 결정에 소송 태세, 고려해운 제재 완화 기대

▲ 박정석 고려해운 대표이사 회장.


21일 해운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공정위의 제재대상에 오른 해운기업 가운데 제일 긴장하고 있는 곳이 고려해운이다.

고려해운은 국내 연근해선사 가운데서는 규모가 가장 크고 동남아시아 항로 점유율도 25% 가량으로 가장 높아 이번 공정위 제재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해운업계 운임담합에 따른 제재대상에는 국적선사 12곳과 외국적선사 11곳 등 모두 23곳이 이름을 올랐다.

공정위는 운임담합에 따른 과징금으로 23곳에 모두 962억31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고려해운에 부과된 과징금이 296억4500만 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30%에 이른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출 기준으로 부과해 고려해운은 23곳 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고려해운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530억 원, 영업이익 1622억 원을 냈는데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한 해 영업이익의 18% 가량을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내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도 함께 내려 해운업계가 이전과 같이 운임담합을 하기 어려워진 만큼 동남아시아 항로 비중이 큰 고려해운은 향후 실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운선사들의 공동행위가 국내에서 문제라는 판정을 받은 만큼 해외 경쟁당국에서 추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징금 금액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내에서 공동행위가 문제라는 판정이 나와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이와 관련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며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는 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와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화주가 선사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해운시장의 특성상 선사들의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국내 해운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가 공정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여 향후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해운협회는 공정위가 18일 운임담합 심의결과를 발표한 직후 '해운공동행위에 대한 잘못된 심결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해운협회는 성명서에서 “해운기업들은 해양수산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하여 지난 40여 년 동안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쳐왔던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절차상의 흠결을 빌미로 애꿎은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고 말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추진할 것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운협회는 “해운 공동행위와 관련한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하여 이번과 같은 혼선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의결되도록 청원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정위가 문제삼은 해운업계의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해운법 일부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운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9월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수정의결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의 체계자구심사를 앞두고 있다.

농해수위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부칙을 추가해 해운법 개정안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 회합 등을 통해 한국~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모두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국내·외 선사 23개사에 과징금 962억 원 부과를 결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해운업계가 공정거래법 19조에 따라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 인가를 받아야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18일 브리핑을 통해 "23개 국내외 선사들이 15년 동안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하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하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해운업계의 '해운법에 따른 적법한 공동행위'라는 주장을 두고는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적 폐해가 큰 만큼 세계 각국은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하며 유럽연합(EU)과 홍콩 등은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23개 선사들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