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스승 이어 건진법사 논란, 윤석열 끝나지 않는 '무속 리스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17일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이번엔 '건진법사' 논란으로 또다시 무속 리스크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논란이 된 선거조직을 해체하는 강수를 두며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무속 관련 발언과 맞물리면서 후폭풍이 예상돼 마음을 졸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무속 리스크가 재점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여야 사이 뜨거운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무속인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을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세계일보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윤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전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전부터 윤 후보의 외곽 조직인 '양재동팀'에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리스크 관리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주당은 '증거 인멸'이라며 공세를 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논란이 된 네트워크본부 출범식 영상이 보도되자마자 행사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됐고 오늘 아침 선거조직마저 깨끗이 해산시켜버렸다"며 "증거인멸이 따로 없는데 이처럼 발 빠른 꼬리 자르기야말로 무속인 건진법사의 선거 활동을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경선 때 손바닥 가운데 '왕(王)'자를 적고 TV토론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지지자가 녹화 직전에 적어줬기 때문에 지우기 어려웠다는 윤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다른 토론회에서도 여러 차례 왕자를 적고 나온 사실도 드러났다.

그밖에 역술인 천공스님과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씨, 관상가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 소장, 지장스님 등이 윤 후보의 주변의 '방외(方外) 인물들로 언급됐다.

이 가운데 천공스님을 윤 후보에게 소개한 사람은 부인 김 대표로 윤 후보는 경선 당시 천공스님의 유튜브 동영상을 즐겨 본 사실과 사적으로 만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역술인이나 무속인들과 친분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윤 후보는 교회나 불교계 행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당 내홍을 수습하고 청년층을 겨냥한 선거전략을 통해 2030세대의 지지율이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무속 논란은 윤 후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대선주자뿐 아니라 중진과 신진을 막론한 정치인들 적지 않은 수가 무속, 사주, 관상 등을 참고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대통령 자질과 관련해 의구심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이 원칙과 소신, 뚝심과 강인함 등이다. 무속 논란은 이러한 이미지를 갉아 먹으며 윤 후보가 주변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다. 나아가 윤 후보의 정치력이나 정책적 부분에서 미숙한 점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여권에선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1세기 현대 사회고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샤먼이 (국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개인 사업도 아니고 개인 운명이 달린 일도 아니라 그렇게 심심해서 점보듯이 누군가 운수에 맡겨 결정할 일 아니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18일 "국가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무당과 무속에 의존하는 국가결정권자가 있다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속 논란은 김건희 대표의 '7시간 통화 녹취록'과 맞물리면서 파급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MBC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한 김 대표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이랑 삶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칫 박근혜 정부 때 비선실세로 관여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을 연상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10월 발견돼 국정농단의 증거자료가 된 문제의 최순실 태블릿PC에는 대통령의 연설문 등과 함께 오방낭 사진 파일이 나왔다. 오방낭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등장했으며 박근혜 정부의 미신에 의존한 통치행위의 상징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