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지율 5%를 밑도는 비상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정의당의 총체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지율 부진 '숙고' 이틀째 심상정, 정의당 총체적 난국 타개 묘수 찾나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선거 후보.


13일 정의당 안팎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가 전날 일정중단을 선언한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자택에 머물며 '숙고'에 들어갔다.

심 후보의 부재에 정의당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됐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심 의원실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여 대표는 심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연락이 안 돼 답답한 상황"이라며 "혹시나 의원실은 후보와 소통이 되고 있는지 파악하러 왔으나 의원실도 후보의 전화가 꺼있어 소통이 안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은 전날 밤 심 후보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정 중단의 배경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심 후보의 고심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지지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원내 의석이 6석으로 제3당이지만 심 후보 지지율은 의석수가 절반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도 크게 뒤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어 15%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는 반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2~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3%로 집계됐다.

한길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2.2%였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2017년 19대 대선 때 심 후보의 득표율(6.17%)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지지율이 득표율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심 후보로선 지지율 정체국면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심 후보는  10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요즘 안철수 후보가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후보의 칩거와 함께 정의당은 이날 선대위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했다. 선대위 개편 등 심 후보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현재 선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심 후보가 숙고 끝에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묘수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심 후보의 지지율 답보는 정의당의 정체성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인사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에 '비판적'으로 협력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선임을 두둔하면서 정의당을 향한 지지자들의 믿음을 잃어버렸다. 노동자와 약자, 소수자들을 대변한다는 정의당의 정체성에 흠집이 난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선 박 전 시장 조문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여기에 심 후보가 야심차게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21대 총선 때 정의당의 원내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례대표 1순위와 2순위로 선정됐던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심상정 키즈'로 분류되면서 당시 당 대표를 맡았던 심 후보가 당을 사당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노회찬 전 의원과 심 후보 이외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지역구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세대교체를 내걸며 나선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심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도 있다.

심 후보가 정의당의 20대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정의당 안팎에선 '또 심상정' 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번에 4번째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새로운 인물론을 내세우며 지난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심 후보에 2.24%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