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가 배우 김수현씨와 차승원씨 주연의 드라마 ‘어느 날’로 경쟁이 치열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서 비빌언덕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디렉터는 '어느 날'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어느 날'을 제작해 쿠팡플레이의 '플라이휠'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 '어느날'로 가능성 확인, 김성한 OTT에서 비빌 언덕 찾아

▲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디렉터.


플라이휠은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제시한 '플라이휠 효과'에서 나온 말로 한번 속도가 붙으면 관성으로 계속 굴러가도록 해주는 요소를 뜻한다.
 
24일 앱(애플리케이션) 마켓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쿠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의 12월 일일사용자수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안드로이드에서 쿠팡플레이의 일일사용자수(DAU)는 11월1~26일 사이에 많을 때는 37만 명, 적을 때는 20만 명가량이었다.

하지만 11월27일 37만3280명, 28일 41만4882명 등으로 뛰더니 12월 들어서는 하루에 최대 6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쿠팡플레이를 사용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으로 따져도 11월보다 12월의 일일사용자수가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사용자들이 하루에 쿠팡플레이에 접속하는 시간도 늘었다.

10~11월만 해도 안드로이드에서 쿠팡플레이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50분 안팎이었다. 하지만 12월에는 적을 때가 55분, 많을 때는 75분까지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평균으로 봐도 60~65분인데 이는 11월보다 최소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쿠팡플레이의 일일사용자수와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동시에 급증한 것은 콘텐츠의 힘 덕분이다. 11월27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이 그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올인’과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연출을 맡았고 ‘열혈사제’를 만들었던 SBS 드라마PD 출신의 이명우씨가 감독을 맡아 만든 범죄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다.

하루 밤의 일탈로 평범한 대학생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주인공이 잡범들을 변호해 먹고 사는 삼류 변호사와 교도소 내 먹이사슬 최상위 권력자를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스타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김수현씨와 배우 차승원씨가 맡았다.

쿠팡플레이의 일일사용자수와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어느 날’ 공개일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쿠팡플레이의 흥행이 사실상 ‘어느 날’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신규 설치 앱 순위를 봐도 쿠팡플레이가 12월에 약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기준으로 올해 1월1일부터 12월10일까지 새로 설치된 앱의 상위 10개 순위를 보면 쿠팡플레이는 8월까지 순위에 들지 못하다가 9월과 10월에 각각 10위, 9위를 차지했지만 11월에 다시 빠졌다.

하지만 12월에는 신규 설치 앱 순위 3위에 오르며 ‘어느 날’ 흥행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성한 총괄디렉터의 감회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디렉터는 김앤장, 엔씨소프트, NHN 등을 거쳐 2016년 2월 쿠팡에 합류해 2017년 10월까지 쿠팡 프로덕트오너(PO)를 맡다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빗으로 이직해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2019년 4월 다시 쿠팡으로 이직해 물류부문의 기술 개발과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담당하는 프로덕트오너를 맡다가 2020년 8월 쿠팡플레이 총괄디렉터에 올랐다. 그 후 약 4달 만인 2020년 12월 쿠팡플레이가 론칭했다.

쿠팡플레이의 최대 장점은 쿠팡 멤버십서비스인 쿠팡와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든지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며 사용자수를 단기간에 대폭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도쿄올림픽 단독 중계권을 따내는데 500억 원을 베팅하며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지만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일어나 결국 협상이 틀어졌다.

9월 야심차게 내놓은 SNL코리아를 통해 사용자수를 반짝 끌어당기는데 효과를 봤지만 과거 tvN을 통해 방영되던 시절의 SNL코리아만한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의 성과는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를 대거 유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통해 사용자를 모으고 다시 이를 투자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따라가려는 쿠팡에게 쿠팡플레이의 성장은 더욱 중요하다.

쿠팡은 아마존의 성장 전략인 ‘플라이휠’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다. 플라이휠이란 자동차의 기계장치를 말하는데 처음 돌리는 데는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스스로 아주 빠르게 돌아가게 된다는 경영 전략으로 쓰인다.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사용자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쿠팡, 쿠팡이츠 등과 같은 쿠팡 생태계 확장으로 연계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쿠팡이츠, 쿠팡프레시 등과 함께 플라이휠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김 총괄디렉터의 책임도 막중하다.
 
쿠팡플레이 '어느날'로 가능성 확인, 김성한 OTT에서 비빌 언덕 찾아

▲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 포스터.


김 총괄디렉터는 앞으로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괄디렉터는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고객이 어떤 콘텐트를 선호하는지 배우는 시간이다”며 “유입자나 월간사용자수보다 사용빈도, 선호도 같은 데이터를 집중해서 본다. OTT는 경험을 제공하는 분야이고 고객이 진심으로 선호하는 콘텐트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총괄디렉터로 합류하기 전에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고객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총괄디렉터는 쿠팡플레이의 두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두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인 ‘안나’를 2022년에 공개한다. 영화 ‘싱글라이더’를 만든 이주영 감독이 연출이며 배우로는 수지씨, 정은채씨, 김준한씨, 박예영씨 등이 나온다.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갔으며 구체적 공개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총괄디렉터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안나를 놓고 “이주영 감독의 색다른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펼쳐질 수지의 파격 변신이 기대 포인트다”며 “2022년 모두가 주목할 화제의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디렉터는 1987년생으로 쿠팡 임원진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9살 때 미국으로 조기육학을 떠난 뒤 프랑스 그랑제콜 파리 정치학교 시앙스포를 졸업해 영국 런던정경대와 중국 베이징대 통합석사과정을 밟다가 건강 문제로 2012년에 귀국했다.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리테일 및 e커머스 분야의 ‘아시아 30세 이하 30인 리더’에 올랐다.

김 총괄디렉터는 쿠팡 동료들에게 ‘스트리터파이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문제를 발견하고 부딪히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취미라는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