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계기로 주주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언론이 바라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지시각으로 21일 “삼성전자 주주들은 1천억 달러에 이르는 현금의 활용방안을 두고 기대하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인수합병 관련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언론 “이재용 미국 출장으로 인수합병 추진 주주 기대 높아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천억 달러(약 119조 원) 수준에 이른다며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이 대규모 투자를 벌일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하만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다른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고 대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 버라이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 CEO와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K증권 분석을 인용해 “세계에서 대형 IT기업 인수합병이 이어지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런 논의에서 빠져 있었다”며 “이를 주도해야 하는 이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들이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 등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추가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 주주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에 확실한 성장계기가 없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며 “대규모 현금을 인수합병에 쓰지 않는다면 주주들에 배당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의 보수적 태도가 삼성전자에서 확실한 지배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 등을 자신있게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이 부회장이 인수합병을 주도했던 하만의 실적정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에 걸림돌로 꼽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독점방지법과 이전의 투자 실패사례 등을 고려해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