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년 전 골드만삭스와 경영권 승계가 아닌 삼성전자 사업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진 사이크스 골드만삭스 M&A(인수합병)사업부 공동회장이 2014년 12월8일 정현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등 3명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재용이 골드만삭스와 7년 전 한 논의는 경영승계 아닌 삼성 사업전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 부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한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잇따라 접촉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현진 대표가 11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사이크스 공동회장의 이메일이 공개됐다. 

이메일에는 사이크스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나눈 대화내용이 담겨있다. 당시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7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반도체 관련 사업전략, 폼팩터(형태)나 카메라기술 등 스마트폰사업의 전략, 소프트웨어분야의 투자 확대 등 미래 사업구상을 놓고 사이크스 회장과 논의했다.

대화에서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기조가 나오기도 했다.

사이크스 회장은 이 부회장이 당시 추진하던 방산·화학 등 비핵심사업 정리를 들어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노력한 탓에 한국 정치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그래도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고 사이크스 공동회장은 전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상속세와 관련한 문제에 상당 부분 대비가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이크스 공동회장은 이메일에서 “이 부회장은 한국 상속세와 미국 상속세의 차이에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면서도 “혹시라도 이건희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날 때 발생할 세금문제에는 대처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이 이메일을 공개한 것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나 삼성 지배구조 개편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현안과 미래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접촉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