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겸 롯데그룹 화학BU(비즈니스유닛)장이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통해 롯데케미칼 중장기 실적기반 다지기에 나선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수소사업 선봉에서 수소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수소 생산이 자리를 잡기 이전까지 기존 석유화학사업에서 이익체력을 다지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이익체력 키워, 김교현 수소 생산 확대 뒷받침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며 2017년 뒤 4년 만에 올해 영업이익 2조 원 달성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동남아시아 셧다운(봉쇄조치)과 일부 공장들의 정기보수 탓에 시장 기대치(4700억 원)를 밑도는 영업이익 3천억 원 중반~4천억 원 초반대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4분기에는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는 올해 하반기 에틸렌(EL), 프로필렌(PL) 등의 대규모 신규설비 가동이 예상됐지만 전력난을 이유로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모노에틸렌글리콜(MEG), 폴리염화비닐(PVC)도 중국 생산량 감소로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김교현 사장은 4년 만에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2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중장기 실적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에도 시동을 걸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PT Lotte Chemical Indonesia(LCI))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라인프로젝트(LINE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은 롯데케미칼이 49%,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프로젝트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모두 4조4천억 원을 넣어 매년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 톤, 부타디엔(BD) 14만 톤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라인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550만 톤 보유하게 된다. 이는 국내 1위, 세계 7위권 수준이다.

김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1년부터 공들인 라인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

김 사장은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롯데케미칼타이탄 대표를 지내며 쌓은 동남아시아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 회장의 숙원사업인 라인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적임자로 꼽히기도 했다.

라인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 지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신 회장의 법정구속, 코로나19 등 온갖 이유로 10년가량 미뤄져 왔다.

김 사장이 수소사업 투자에 필요한 여력을 확보하는 데 롯데케미칼 라인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사업의 이익체력은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뿐 아니라 대부분 대기업집단은 수소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에너지전환에 미래를 걸고 사업을 펴고 있다. 다만 수소산업은 확실히 실적에 기여할 시점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최근 장기적 수소사업 성장계획을 내놨지만 수소에서 중단기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부분은 크지 않다”이라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이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좀 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수소사업 확대에 유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라인프로젝트에서 매년 매출 20억6천만 달러(2조4천억 원가량) 정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시황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롯데케미칼이 평균 영업이익률 10%가량을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영업이익 2400억 원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이 중심이 된 화학BU(비즈니스유닛)은 롯데그룹 수소사업 선봉에 서있다.

롯데그룹 화학BU는 2030년까지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생산해 공급하고 204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블루수소 16만 톤, 그린수소 44만 톤을 합쳐 모두 연간 60만 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블루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과 함께 액체 수소충전소 구축, 수소 저장용 고압탱크 양산 등에 4조4천억 원을 투자한다.

21일에는 아시아 화학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수소투자 펀드(Clean H2 Infrastructure Fund)에 1400억 원을 투자하며 수소 관련 기술 선점과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신 회장도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그룹 계열사들의 수소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며 “각 계열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토대로 국내 수소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탄소배출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둔 투자를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화학업종 탄소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철강업종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의 주원료로 기존 납사(나프타)에 더해 액화석유가스(LPG) 사용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LPG는 납사보다 에틸렌 생산효율이 높아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7월 여수 및 대산공장에 에틸렌 원료로 LPG사용량을 늘리는 설비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라인프로젝트에도 에틸렌 원료로 납사와 LPG를 함께 사용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성장에 힘입어 기초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라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수소생산 등 수소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