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텔레콤 분할 뒤 설립할 신설투자회사 SK스퀘어에 미국 아마존의 지분투자를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SK스퀘어는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플랫폼사업을 표방하면서 11번가와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등 다양한 자회사를 갖추고 있다. 박 사장은 아마존의 한국진출에 SK스퀘어가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 아마존과 동맹 어디까지 가나, 박정호 투자유치가 출발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관계자는 1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마존과 해외직구 외에 추가 제휴를 놓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인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아마존과 SK텔레콤이 협력해 최근 내놓은 11번가 해외직구(직접구매)서비스의 성과에 따라 아마존과 SK스퀘어 사이 협력 확대 여부 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사장은 12일 SK텔레콤과 SK스퀘어 분할안건을 다룬 임시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마존과 협력이 기대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며 “아마존이 SK스퀘어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까지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1월1일로 예정된 분할법인 SK스퀘어를 중간지주사로 해 자회사들의 다양한 플랫폼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뒀다.

그동안 SK텔레콤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제를 많이 받아 플랫폼사업에 활발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SK스퀘어를 출범하며 11번가(온라인쇼핑몰)과 원스토어(모바일앱마켓), 콘텐츠웨이브(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의 플랫폼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기 유리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SK스퀘어의 중간지주사체제는 외부투자를 유치해 자회사들을 지원하고 자회사들 사이 협업을 주도해 시너지를 내기에도 유리한 구조로 꼽힌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체쇼핑몰(아마존닷컴)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성장성이 높은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의 빠른 글로벌시장 확산을 이루기 위해 이런 업종에서 자회사를 보유한 SK스퀘어와 손잡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SK스퀘어도 11번가뿐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업체 콘텐츠웨이브 등의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박 사장으로서도 아마존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결국 박 사장은 SK스퀘어 출범 뒤 아마존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자회사들의 다양한 플랫폼사업에서 성장성을 보여주고 협력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분 36.4%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웨이브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지상파3사의 드라마, 예능 등 국내 콘텐츠에서는 강점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업체와 비교해 오리지널 콘텐츠와 영화, 해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 분석기관 와이즈앱이 집계한 2021년 7월 웨이브 국내 유료가입자 수는 319만 명으로 1위 넷플릭스(910만 명)에 크게 밀리고 있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 구독서비스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했는데 2016년 12월부터는 월 5.99달러의 요금제를 내세워 별도로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2020년 말 기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구독자 1억5천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2억 명)에 이어 2번째로 구독자가 많다. 올해 11월12일부터 LG유플러스 등에서 국내 서비스하는 디즈니플러스(1억1500만 명)에도 앞선다.

다만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쇼핑과 연계해 구독자를 늘렸으나 자체 콘텐츠는 경쟁 온라인동영상업체와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영화로 큰 인기를 모았던 '반지의 제왕'을 이르면 올해 안에 최소 5시즌 이상의 TV드라마로 선보이는 등 자체 콘텐츠와 글로벌 구독자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로서는 아마존과 제휴해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서비스할 수 있다면 해외 콘텐츠가 부족한 약점을 크게 보완할 수 있는데 아마존도 콘텐츠웨이브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한국 콘텐츠 확보를 기대해 볼 수 있다.

11번가도 아마존과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시선이 많다. 11번가는 편리한 해외직구 고객을 늘려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아마존은 성장성이 높은 한국 이커머스시장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간접진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아마존의 SK스퀘어 주주 참여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안에 아마존과 추가 협력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