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핵심계열사에 자본확충을 지원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여 수익기반을 다지고 NH투자증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재무적 지원을 통해 사업확장을 위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자본확충, 손병환 주수익원부터 선택과 집중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가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수익기반을 다지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12일 각각 2천억 원 규모의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유상증자 주금납입을 진행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7월 신종자본증권 3670억 원을 발행하면서 계열사 지원에 필요한 자본여력을 높여놓았는데 핵심계열사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손병환 회장은 범농협 수익센터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모든 계열사의 균형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1월 취임사에서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농업·농촌과 농업인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며 "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농협금융 모든 계열사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임직원들의 인적 경쟁력을 키워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캐피탈 등 여러 계열사의 실적 개선흐름이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손 회장이 주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성장동력을 두텁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의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982억 원, 5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43%, 36.7% 늘었다. NH농협캐피탈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수익이 2배 넘게 늘어 순이익 583억 원을 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이번 출자는 NH농협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우선주를 제외하고 보통주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 가운데 가장 엄격하다.

다른 자본적정성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 등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6월 말 NH농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8.26%로 1분기보다 0.90%포인트 올랐다. 기본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도 각각 0.98%포인트, 0.57%포인트씩 오른 16%, 15.53%로 집계됐다. 

이러한 자본적정성지표들은 NH농협은행이 출범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단순자기자본비율은 4.31%로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5%에 못미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5.96%, 신한은행은 5.47% 수준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6%, 5.31%로 집계됐다.

자본적정성지표가 높아진다는 것은 대출을 더 많이 내줄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는 금융당국의 대출총량규제에 따라 가계대출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자본적정성지표를 높여놓으면 장기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NH농협은행은 8월24일부터 11월30일까지 신규 가계 전세대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단체승인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을 전면중단했다. 사실상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계대출상품을 중단한 셈이다.

상반기 기준 NH농협은행의 순이익 기여도가 64%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NH농협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이는 것은 금융지주 전체의 수익 증대 측면에서 손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손 회장은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NH투자증권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NH투자증권의 순이익 비중은 상반기 기준 51%에 이른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NH투자증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재무적 지원이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NH투자증권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6조 원을 넘기게 된다. 6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9145억 원 수준이다.

자본확충과 더불어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증가세를 고려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이후  해마다 4%대 자기자본 증가율을 보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호황에 접어들자 7% 넘게 자기자본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5% 넘게 자기자본이 늘었다. 

장기적으로는 종합투자계좌(IMA)사업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투자계좌는 개인고객에게 예탁받은 자산을 기업대출, 회사채 등 원금비보장상품에 투자해 고객에게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계좌다. 종합투자계좌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8조 원을 넘어야 한다.

6월 말 자기자본이 8조 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9조3897억 원)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