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야권 대통령선거주자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이런 분위기의 확산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감사원장 최재형 매력은 뭘까, 윤석열 X파일에 야권 대안으로 부각

최재형 감사원장.


22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한 뒤 정치참여를 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혹시 아직까지 의지가 없다면 나라도 나서서 나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일반선거와 대선은 엄청 다른데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와 같이 가지 않을까”라며 “기호 2번으로 나가야 당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원장도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온다”고 하자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대선 출마를 위한 마지막 결단만 남겨 놓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와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서 최 원장이 최종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최 원장의 대선 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내년 3월9일 대선까지 불과 8개월 정도 남은 시점인 데다 최 원장은 그동안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원장이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것은 야권 내부에 퍼지고 있는 불안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낙마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X파일’의 존재 때문에 윤 전 총장을 향한 불안한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야권 인사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X파일에 담긴 의혹이 한두 건이 아니다”며 “정치권에서 법률적 문제보다 정치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훨씬 더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20가지나 된다. 해명하다 날이 샐 것이다”고 말했다.

장 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 뿐 아니라 야권 전체의 대선 로드맵도 엉망이 될 수 있다. 야권으로서도 리스크를 안고 계속 가다가 치명타를 입느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찍 검증을 한 뒤 털어내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도덕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면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 가운데 가장 매력적 대안으로 꼽힌다.

최 원장은 1986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임용된 뒤 2017년 사법연수원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0여 년을 판사로 일한 법조인이다. 2018년 감사원장으로 임명됐다.

감사원장 후보로 2017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도덕성은 물론 능력, 자질 등에서도 문제삼을 부분이 없어서 그의 인선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호평이 많았다.

윤상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내가 야당 의원이지만 정부가 괜찮은 사람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추천하지 않았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과 관련한 미담도 많이 전해진다. 이는 도덕적 흠결이 적을 뿐 아니라 인품까지 훌륭하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최 원장은 미담도 있고 인품이 굉장히 훌륭하다“며 ”독립운동가 후손이고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고 병역 명문 가문인 데다 소아마비 친구를 업어서 함께 등교를 한 일화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 원장은 ‘반문재인’ 상징성도 지닌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반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닌 셈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낙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지금 윤 전 총장을 지지하고 있던 상당 수의 반문 지지층은 최 원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국민들은 최 원장을 대선주자로 보기 시작했다.

여론 조사기관 PNR리서치의 6월 3주차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보면 최재형 감사원장은 4.5%의 응답을 받았다. 비록 윤석열 전 총장(33.9%), 이재명 경기도지사(27.2%),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3.0%) 등보다 뒤처지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4.7%), 홍준표 무소속 의원(4.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1%) 등과는 비슷한 지지도다.

아직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주자로서 잠재력은 충분히 확인한 셈이다.

이 여론조사는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19일 하루 동안 만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선 도전을 놓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그 역시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총장도 도덕성 리스크와 별도로 대선캠프 내 혼선, 불분명한 정치적 태도 표명 등을 지적받고 있는데 이는 전문 영역으로서 정치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국민들에게 얻은 인망을 바탕으로 정치 도전을 꾀했던 많은 비정치인 대선주자들 모두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더구나 선비 같은 성격인 최 원장은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나마 윤 전 총장은 역대 정부의 핍박을 받은 맷집과 특유의 카리스마를 강점으로 지니고 있는데 최 원장과 같이 점잖은 성격의 사람이 정글 같은 정치판을 헤쳐나갈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감사원장으로서 퇴임 뒤 정치로 직행하는 데 따른 부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현직에서 권한을 휘둘렀다는 비판이 당연히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