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는 한진중공업이 조선부문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조선업황 회복에 맞춰 조선업에서만 40년 가까이 일한 경험을 경영 정상화에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부건설 새 주인 맞는 한진중공업, 이병모 조선 경영정상화 힘보태나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1일 조선·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매각절차가 올해 3분기 안에 완료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4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과 한진중공업 주식 매매계약을 맺은 뒤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인수주체인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NH투자증권 프라이빗에쿼티(NHPE) 등으로 구성됐다.

주식 매매계약이 마무리되면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주는 지분 66.85%를 보유하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이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된 상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정상화에 시선이 몰린다.

조선업황이 빠르게 회복되며 국내 대형조선3사의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중형조선사의 회복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세계 선박 수주량은 190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증가했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도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거두고 있다. 한진그룹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조선업황 침체와 맞물려 부진의 늪에 빠졌고 2016년부터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은 조선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설 비중을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중공업 전체 매출 가운데 조선부문이 27%, 건설부문이 7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조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로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을 되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 사장은 1957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40여 년 동안 조선업에 몸담은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은 2018년 영업손실 3897억 원으로 가장 큰 적자규모를 본 뒤 이 사장이 대표에 오른 2019년 영업손실을 182억 원으로 줄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손실이 395억 원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2010년 대우조선해양 경영지원부문장에 올랐고 2011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대한조선의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체제에 돌입한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하기로 하며 이 사장이 대한조선 대표로 파견됐다.

이 사장은 2019년 3월부터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기 전 2015~2016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풍부한 중형조선사 경영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한진중공업의 특수선분야 기술 경쟁력을 경영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선은 크게 방산 함정과 관공선 등으로 분류된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과 탐사선, 대형 방제선 건조 등 다양한 특수선 건조기술력,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선은 업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으로 발주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2월에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6천 톤급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을 수주하기도 했다.

물리탐사연구선 수주 당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특수선 분야의 독보적 경쟁력을 재입증했다"며 "특수선을 건조하며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양연구분야에서도 위상을 높이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상선 건조를 재개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9년 상선을 건조하던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매각한 뒤 특수선 중심의 부산 영도 조선소만 보유하고 있다.

조선업황 개선과 친환경 흐름에 발맞춘 중소형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선박도 한진중공업의 미래 일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은 지금까지 LNG운반선 7척의 건조 실적을 지니고 있다. 특히 1995년 동양 최초로 멤브레인(화물창이 선체와 결합된 형태)형 LNG운반선 ‘한진평택호’를, 2017년에는 5100톤급 LNG벙커링(해상 연료공급)선을 건조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LNG 관련 선박의 시장 독점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국내 중형조선사에 LNG 관련 선박 건조기술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가 되는 동부건설 컨소시엄도 조선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경영 정상화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사모펀드가 포함된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영도 조선소를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이와 관련해 한진중공업과 사업적 시너지뿐 아니라 되살아나는 조선업을 향한 기대 등 사업적 가치를 보고 인수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은 방산 특수선 건조에 특화돼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기술력을 통해 LNG 관련 선박 수요 증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보인다"며 "기술적 투자와 영업적 지원이 동반된다면 조선부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