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안착 등 과제를 남겨두게 됐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원 본연의 역할 강화와 코로나19 사태 리스크 대응에 성과를 냈지만 연이은 사모펀드 손실사태를 막지 못했고 금감원의 원활한 노사관계 구축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Who] 금감원장 퇴임 윤석헌, 소비자보호 진전 사모펀드 옥에 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7일 오후 3년의 임기를 마치는 윤 원장의 이임식을 열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데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윤 원장 퇴임 뒤 관련법에 따라 당분간 김근익 수석부원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교체하는 등 개각 가능성을 새 금감원장 임명과 동시에 검토하며 금감원장 인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원장이 사모펀드 손실사태와 코로나19사태 등에 대응해 금감원 조직체계 및 역할에 변화를 이끌던 상황이라 후임자가 이런 과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금감원장 인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원장이 금감원장에 오른 뒤 이끌었던 가장 큰 업적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처음 발의된 지 약 10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월부터 시행되는 데 기여했다는 점으로 꼽힌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회사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경영진 책임도 분명히 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감원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이후 2020년부터 금융권 전반을 덮친 대규모 사모펀드 손실사태가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었고 윤 원장이 미리 대응체계를 갖춘 덕분에 시행시기도 앞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금융회사 영업현장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혼선과 소비자 불편이 이어져 법안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후임 금감원장에 넘어가게 됐다.

금감원이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사태에 금융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엄중한 제재를 결정해 책임원칙을 분명히 하고 금융회사들의 소비자 보호 노력을 이끈 점도 윤 원장의 성과로 꼽힌다.

윤 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손실사태에 금융회사가 확실하게 처벌을 받고 경영진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결과적으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이를 계기로 고위험상품 판매체계를 개선하고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호 전담조직을 운영해 내부통제체계를 개선하는 등 변화가 이뤄졌다.

금융회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충분한 자본여력을 갖추도록 현금배당 축소 등을 권고하고 증시 안정화를 위해 자본시장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윤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컸다고 볼 수 있다"며 "윤 원장이 취임한 뒤 영업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원장의 소비자 보호 강화 노력이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덮친 대규모 사모펀드 손실사태를 막기는 역부족이라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체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에만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등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고 금감원의 관리감독 의무에 관련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불만도 금융권에서 꾸준히 나왔다.

사모펀드 손실사태와 코로나19사태 뒤 금감원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및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관치금융'이 벌어졌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었다.

윤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 등 권한을 금융위에서 독립해야만 관리감독 업무에 필요한 여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금감원 독립과 관련한 화두도 제시했다.

금감원 독립은 관련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절차가 까다롭지만 금감원장이 직접적으로 예산과 인사권한을 금융위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전 금감원장들이 연달아 채용비리나 불법정치자금 의혹 등에 휘말려 불미스럽게 퇴임한 뒤 금감원장에 올라 조직을 정비하고 현안을 챙기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와 파생상품 손실사태, 사모펀드 손실사태와 코로나19 등 위기를 넘으며 금감원 역사상 3번째로 3년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됐다.

한때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지만 임기 후반부에 금감원 임원인사 문제에 불만을 품은 노조가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윤 원장을 두고 "금융 분야 전문성과 원칙주의적 성향으로 추진력이 강했던 인물"이라며 "다만 학자 출신으로 금융회사와 소통 등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원장의 뒤를 이을 다음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는 현재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력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 관료출신들이 주로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 금감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해 김은경 금감원 부원장과 정재욱 전 KDB생명 대표이사 등 전문성을 갖춘 후보가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