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상장일정이 가시화되면서 KB금융그룹의 속내가 복잡하다.

KB금융그룹은 카카오뱅크와 지분을 보유하고 사업관계도 맺고 있어 증시 입성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카카오뱅크 상장에 수혜, 금융산업 도전 받아 속내는 복잡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그러나 카카오뱅크 상장을 계기로 인터넷은행의 도전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16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심사지연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7월에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한국거래소에 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절차를 본격화했다. 

최초의 인터넷은행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4조 원에 이른다. KB금융지주(약 22조 원), 신한금융지주(약 19조 원), 하나금융지주(약 12조3천억 원), 우리금융지주(약 7조4천억 원)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적정 시가총액을 20조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9.3%를 보유해 3대주주에 올라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20조 원으로 환산해보면 지분 평가차익을 9천억 원 이상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30조 원이 훌쩍 넘는 장외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조 단위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KB증권은 카카오뱅크 상장 대표주관을 맡아 수혜가 기대된다.

KB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카카오뱅크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아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상장 주관사단을 지휘하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과 함께 올해의 초대형 기업공개로 꼽혀왔다.

KB증권은 2020년 조 단위 상장실적이 한 건도 없었는데 올해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등 대어들의 상장주관을 따내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3강구도'를 깨뜨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카카오뱅크 상장과 관련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은 KB금융지주를 '카카오뱅크 관련주'로 꼽기도 한다. 

반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본을 통해 전통 금융사업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점에서 KB금융그룹의 위기의식도 커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으로 자체 신용대출서비스를 통해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고 기업금융,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에 자체 신용평가를 통해 개인사업자 대출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뱅크는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위해 3월19일 카카오페이와 협력을 맺었고 향후 다른 카카오계열사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밖에 올해 안으로 기업금융,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부터 인터넷은행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KB금융그룹 내부적으로 새로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빅테크의 본격적 금융업 진출로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시대가 도래했다"며 "KB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근본적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KB가 미래금융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앞으로 10년간 빅테크 등 새로운 위협에 맞서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