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온라인사업에서 옛 위상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동원그룹 온라인식품몰은 한때 회원 수 1등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후발주자들에게 추월당한 처지에 놓여있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 식품계열사들의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한 새 법인 동원디어푸드 출범을 계기로 다시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힘을 주고 있다.
 
동원그룹 온라인사업 통합해 몸집 키워, 김남정 위상 되찾겠다 의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16일 동원그룹 안팎에 따르면 동원디어푸드 출범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극심해지는 온라인식품몰 경쟁에서 위상을 다시 되찾겠다는 김 부회장의 의지가 깔려있다.

동원디어푸드는 동원F&B의 '동원몰', 동원홈푸드의 '더반찬'과 '금천미트'를 모두 운영하는 온라인식품몰 전문회사다.

동원디어푸드는 4월에 정식법인으로 출범했는데 지난해 말 식품계열사들의 온라인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한지 4개월 만이다.

김 부회장은 동원몰을 만든 강용수 전 동원F&B 온라인사업부장을 동원디어푸드 대표에 앉히고 동원홈푸드에서 더반찬과 금천미트를 이끌었던 리더들도 불러들였다.

동원그룹에서는 동원디어푸드 출범을 통해 인력과 마케팅 분야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확보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고객과의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과 업무 절차, 나아가 사업의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혁신해 경영의 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온라인식품몰사업을 키워 성숙기에 접어든 참치사업 이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 보유한 오너경영인이다. 아버지 김재철 명예회장이 2019년 4월 경영일선에 물러난 뒤 동원그룹의 키를 잡게 됐다.

동원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2차전지부품사업과 연어 육상양식업, 온라인식품몰사업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참치캔 소매시장은 연간 4천억 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또 이미 동원 F&B의 동원참치 브랜드가 참치캔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참치사업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국제적으로 참치어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점도 동원그룹이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원그룹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온라인식품사업에 뛰어들어 한때 시장을 이끌기도 했지만 온라인식품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투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대표 온라인식품몰 '동원몰'은 2007년 처음 설립돼 동원그룹의 1천여 가지 식품 및 식자재 제품을 비롯해 다른 회사의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을 판매하며 2016년 매출 200억 원, 회원 수 70만 명을 자랑하는 국내 1위 온라인식품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후 새벽배송서비스를 앞세운 마켓컬리나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CJ더마켓 등에 밀리면서 시장에서 위상이 떨어졌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대표 온라인식품몰 마켓컬리의 회원 수는 700만 명에 이르며 CJ더마켓도 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동원몰은 100만 명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회장은 그룹의 온라인 역량을 한 데 모으고 경쟁사들과 견줄 수 있는 사업규모로 끌어올려 온라인에서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동원몰과 더반찬, 금천미트는 취급하는 상품과 고객층, 사용하는 물류방식까지 모두 달라 통합의 첫 단추를 어디서부터 채워야 할지를 놓고 아직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몰과 더반찬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B2C) 중심의 사업구조로 플랫폼 통합이나 회원제 통합 등 맞춰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물류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주로 3자물류로 이뤄지는 동원몰과 달리 더반찬은 수도권에서는 자체 물류망을 사용하고 비수도권에는 3자물류를 이용하는 이원화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금천미트는 아예 기업 사이 거래(B2B) 중심의 사업구조와 운영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육류배송에 특화된 전국 13개 물류센터와 특수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동원그룹 내부에서는 개성이 강한 온라인몰 3곳을 무리하게 통합한다면 회원이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단은 시간을 두고 해결방안을 찾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