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논의가 시작됐지만 안철수 대표의 위상이 상전벽해처럼 바뀌었다. 

한때 최고 지지율의 서울시장후보였지만 이제는 합당의 주도권은커녕 국민의힘 내부의 세력경쟁을 틈타 입지 확대를 노릴 처지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힘에서 후일 도모도 험난, 국민의힘 세력경쟁이 기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9회 서울이코노믹포럼’을 마친 뒤 가자들을 만나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도 여러 가지로 합당 논의 과정을 진행할테니 국민의당도 다음주까지 방향을 결정해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의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교체 목표는 동일하다”며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큰 목적에 동의한다면 무리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당의 합당을 두고 다음주까지 큰 가닥을 잡기로 잠정합의를 봤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두 당의 통합이 이처럼 '물 흐르듯' 진행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두 당이 주도권 또는 지분문제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각 당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정리돼 있지 않다.

안 대표는 야권의 재보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야당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부는 안 대표의 영향력 확대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해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 통합론을 놓고도 “실체가 없는데 무슨 야권이냐”며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 자생력을 갖춘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의 안 대표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는 말이다.

문제는 안 대표은 합당 과정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보수야권 최고의 지지율을 보일 때는 국민의힘에 위협적이었지만 이제 선거는 끝났다. 

야권개편이나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안 대표의 역할에 회의적 시각도 많아졌다. 국민의당은 의석 3개뿐인 미니정당이다. 안 대표는 오 시장과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해 대선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당장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야권통합의 물꼬를 텄다 해도 그에 관한 보상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의 세력경쟁 과정에서 정치적 기회를 찾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안에는 두 당의 합당에 긍정적 뜻을 보이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막말을 했다고 비판하며 “팔 걷어붙이고 우리를 도와준 상대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할망정 ‘건방지다’고 막말을 돌려주는 것이 더 건방진 것 아닌가”라고 썼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야권의 승리’라 발언을 놓고 ‘건방지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잠시 놀랐지만 좁은 지면에 담기지 못한 말의 의미가 따로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김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의 ‘반김종인’ 그룹이 뭉친다면 안 대표에게 유리한 지형일 펼쳐질 공산이 있다. 특히 김 전 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며 오랫동안 복당이 미뤄졌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안 대표와 비슷한 형편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접점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해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의석 3석만 있고 지역조직은 없는 상태라 안 대표가 전력의 99%인 셈”이라며 “안 대표가 당대표에 나서려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되고 대선 출마 의향이 있다면 일찍 당에 합류해 당원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