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해 소비자권익 보호를 강화에 나선다.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과 소비자단체소송 본격화 등을 뼈대로 하는데 이번 국회 통과 가능성에 주목된다.
 
공정위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세우나, 조성욱 재원방안 마련해 밀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급변하는 소비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비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고 소비생활의 향상과 국민 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제 20대 국회에서도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을 목적으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3월4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을 설립하고 단체소송을 활성화하는 등 소비자가 스스로 권익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의 한 축인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의 설립은 그동안 재원 마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은 민간 차원에서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친다. 다양한 소비자 피해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이런 사업을 펼칠 재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고 재단은 소비자 피해구제사업, 소비자단체 운영, 사업자가 기금에 출연·위탁하는 사업 등을 수행한다. 공정위는 재단의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재단의 업무와 회계 및 결산을 감독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제 19대 국회 때부터 추진해왔지만 재원 마련 문제가 쟁점이 돼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는 재단 설립 초기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다 민간출연금, 재단운영 수익금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업이 '동의의결'에 따라 사업을 지정해 맡긴 돈도 재원에 포함된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기업)가 소비자 피해를 놓고 재발방지와 피해보상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법적 제재 없이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이 제도를 통해 해당기업으로부터 과징금 수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지원금'을 끌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빠르게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소송'도 본격화한다.

소비자단체소송은 현재 법원으로부터 소비자단체소송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실제 소송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적었다. 

소비자단체소송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두고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를 대신해 법원에 그 행위의 금지·중지를 청구하는 제도로 2006년에 도입됐다. 금전적 손해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과 차이가 있다. 

기업계에서는 소비자단체소송이 집단소송제보다 유리하다고 본다. 집단소송을 당하면 금전적 배상 등으로 기업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소송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우려가 큰 게 현실이다.

다만 현행법상 소비자단체소송을 내려면 사전에 법원으로 소송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절차가 짧게는 1년, 길면 3~4년이 걸려 소송지연 등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제도 도입 뒤 15년 동안 소비자단체소송 제기는 8건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런 허가절차를 없앤다면 소비자단체소송이 실질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소비자권익의 직접적 침해가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권익의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사례’에도 이런 단체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조 위원장은 4월9일 공정위 창립 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소비자 단체소송제도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소송 절차, 요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소비자정책위원회 운영도 강화한다. 소비행태, 거래현황, 시장 소비자 지향성 등에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실태조사에 필요하다면 사업자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사업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따라야 한다. 

공정위는 5월24일까지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등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재단 수립에 있어 새로운 재원 마련방안을 포함한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고 본다"며 "국회 통과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