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을 놓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계속 안건 상정을 미루고 있어 진양곤 대표이사 회장의 속도 타들어가게 됐다.

에이치엘비 기업가치가 허위공시 의혹 논란으로 자꾸만 떨어지고 있는데도 진 회장으로서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안건 상정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에이치엘비 '허위공시 논란' 금융당국 결론 기약없어, 속타는 진양곤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4월 안에도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 조사결과 발표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격주 수요일마다 회의를 진행하는데 7일 열린 제7차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도 에이치엘비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열릴 제8차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안건이 상정될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끝까지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허위공시 혐의가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아 이조차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증권선물위원회는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 전 회사에 이를 통보하고 회사 관계자가 회의에 직접 참석해 구두로 소명한다. 
 
진 회장은 2월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고 그래도 더 살펴볼 일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끝까지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여러 이유로 4개월 가까이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에 관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가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혐의에 관한 심의를 2020년 11월 끝낸 뒤 증권선물위원회로 안건이 넘어왔다.

이처럼 증권선물위원회의 논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을 놓고 사실관계 확인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9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알렸다가 같은 해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경쟁 약보다 우수한 효능과 낮은 부작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말을 바꾸면서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놓고 사전미팅에서 ‘실패(fail)’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놓고 임상 실패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두고 금융당국과 제약바이오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에이치엘비가 투자자에 혼란을 준 것은 맞지만 임상 실패로 확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진 회장 역시 2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과의 사전미팅 회의록에 ‘실패(fail)’라는 단어가 있는 건 맞지만 이는 1차 유효성 지표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신약허가절차를 진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내용이다”며 “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약효와 안정성은 증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당초 올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에 속도를 내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목표를 정해뒀던 만큼 기업가치가 자꾸만 떨어지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미국에서 위암을 적응증으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를 준비하고 있으며 간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를 병용투여하는 내용의 글로벌 임상3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주들의 반발도 부담이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허위공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50% 넘게 빠졌는데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혐의를 벗지 못하면서 무상증자 등 주가부양정책에도 좀처럼 4만 원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2월16일 에이치엘비가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를 허위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9만 원대에서 3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8일 에이치엘비 주가는 3만5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